Space K

광주 GWANGJU
2012.05.23 - 2012.09.09
Transformed Human
변형된 인체展
참여작가
김동기, 김영헌, 까벨루트 리타, 이상준, 카를라 부스틸, 크리스토프 루크해베를레
인간의 형상을 담는 작품들은 미술의 수많은 소재 중에서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장르이다.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인체 표현은 과거의 형식적인 재현에서 벗어나 상징적 재현, 패티쉬, 인간 형상의 파편화를 통한 이미지의 전용으로 전환된다. 이는 사회 문화적 맥락과 결부되면서 관람자로 하여금 다의미성을 도출해 내도록 유도한다. ‘변형된 인체’展에 소개되는 작업들 또한 시대의 문화, 심리의 현상에 대한 자각을 중심으로 자신의 표현의 대상에 대한 절실한 욕구로 비롯되었으며 여기에 각 지역적 색체를 반영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정신적인 불안의시대에 보다 더 적극적인 양상으로 전개 되었으며 현실은 인간 본성에 대한 비판,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취한다. 한편 작가 본인의 감성적인 내면의 표출 도구로 이용되기도 하는데 거친 질감과 암울한 색체, 왜곡되거나 일그러진 인체 표현 방식은 이들의 주된 특징이다. 몇몇 작가들에게서는 사진을 꼴라쥬 하거나 극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이와 같은 그로테스크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인체의 형상을 변형시킨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을 바탕으로 삶의 알레고리화에 대한 작가들의 양상을 지켜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 김동기DongGi Kim
    작금의 현대미술은 이른바 ‘표현주의’라고들 한다. 표현주의를 넘어 이제는 ‘신표현주의’라 말한다. 김동기화가는 그곳에 가까이에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해오던 그의 표현주의 작업 방식이 오늘의 화단에 이른 것이다. 아크릴 물감, 먹, 목탄, 금속재료, 석채 등을 이용한 그의 작업은 희귀하다. 표면이 거칠 것 같아 손으로 만져보고 귀를 대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어둡고 음울하다. 인상이 강렬하다. 단지 시각적으로 보이는 검음과 이상야릇한 형상 때문이 아니라 작품이 표현하는 언어를 듣고 싶어서였다.
    more
  • 김영헌YoungHun Kim
    모든 경계에는 구름이 핀다 -김영헌 개인전 'Cloud Map'에 부쳐   여기 추정가 1억 원이 넘는 칼 한 자루가 있다. 김영헌 작가의 'Cloud Map-p1309'에 소재로 쓰인 칼은 역사 속에 나오는 유명인의 칼이 아니다. 재료 역시 다이아몬드나 황금처럼 값비싼 광물이나 금속이 아니다. 실재로는 존재하지 않고 만질 수 없는 칼, 작가가 그린 ‘진명황의 집행검+4’은 전자신호로 이루어진 게임 ‘리니지’의 아이템이다. 디지털 기술이 재현한 가상현실과 디지털 이미지는 이제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해가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은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IT환경을 통해 더 가공할만한 힘을 얻게 되었다.   무협 영화에 등장하는 무림의 고수들은 손가락 한 번 튕기는 것으로 바위를 깨고 날아오는 창칼을 떨어뜨린다. 고수들이 썼던 탄지신공(彈指神功)의 풍경은 현재 우리의 모습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항상 휴대한다는 블랙박스는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 가늠하기 어렵고, 클릭 한 번에 대륙 너머의 도시를 파괴하거나 지구 밖의 환경에까지 물리적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세상이다. 유비쿼터스 환경이 사람의 손끝에 부여한 힘은 전설이나 야사 속의 탄지신공보다 더욱 위력적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과 디지털 기술 개발의 목적은 개개인의 행복에 있었으나, 수많은 정보의 혼재는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무엇이 진실이고 정의냐는 문제 보다는 자신의 입장과 상황이 선과 악을 가르고, 넘쳐나는 정보는 개인의 판단을 더욱 흐리게 한다. 산에서 길을 잃는 이유는 길이 없어서가 아니라 길이 많아서인 것처럼 현대인은 눈앞의 수많은 길 위에 지도 한 장 없이 내던져져 있다.   김영헌의 작품은 가상현실의 지도를 그리는(mapping) 작업이다. 디지털 이미지를 더욱 입체적으로 현실감 있게 보이기 위해 2차원 이미지를 3차원적으로 매핑(mapping)하기도 하고, 현실과 가상이 혼재한 이 시대의 풍경을 매핑(mapping)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 디지털 풍경을 컴퓨터가 아닌 전통회화의 재료로 재현한다. 작품에는 여러 가지 색이 나란히 진행되거나 서로 섞여 경계가 모호한, 혁필 형태의 다중선이 등장한다. 붓이 지나간 자리에 드러난 선들은 덩어리가 되어 구름의 형태로도 보이고, 사람의 뇌 혹은 전자 파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백두산 천지를 그린 ‘Cloud Map-p1306’에는 전기 신호처럼 보이는 구름 이미지 안에 숨어있는 스탤스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장엄한 천지 위를 감싸고 있는 구름을 통해 작가는 보이지 않는 권력과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설치작품 ‘Cloud Map - i1301’에는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기분이 좋아질 스마일 아이콘이 등장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 스마일 이미지를 만들어 사람들을 매혹하는 주체가 무시무시한 스텔스기(권력)였다는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을 통해 우리가 보는 모든 것들이 환영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굳이 장자의 나비꿈(胡蝶夢)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환상앓이를 하며 살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개봉 후에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아바타 후유증'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판도라섬을 그리며 끙끙 앓기도 했고, 게임 속 가상현실과 현실간의 혼동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는 아바타 같은 유기신체는 아니지만 홀로그램 형태의 가상신체에 인간의 정신을 복제해 육체적 죽음을 넘어서겠다는 프로젝트 '2045 이니셔티브'가 시작되었으며, 2013년 현재 2만 명 이상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한 상태이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은 통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불분명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구름, 김영헌의 작품에 등장하는 구름들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미래와 과거, 구상과 비구상, 멜로디와 노이즈, 나와 타자의 경계에서 피어난다. 구름 너머에는 가려진 진실 혹은 다가올 미래의 징후 등이 숨어있다. 작업실에서 작가는 회전하는 LP판 위에 바늘을 올려 음악을 선곡하기도하고 MP3파일을 클릭해서 음악을 듣기도 한다. 이처럼 그가 그리는 가상현실과 미래풍경 역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에 있다. 이는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야만 하는 작가의 처절한 생존욕구와 아날로그에 대한 지독한 향수가 만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그의 연구와 엄밀한 준비성은 디지털 이미지에 나타나는 신호의 끊김이나 노이즈마저도 붓으로 재현하게 한다. 실경과 관념이 뒤섞여 구현되는 그의 풍경화는 메시지, 구현방식 등에서 풍경에 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는 그가 안평대군의 꿈을 멋지게 구현한 안견의 몽유도원도처럼 우리가 꿈꿔도 좋을 환상적인 미래풍경을 그려주길 기대한다. 오일 냄새 물씬 풍기는 캔버스 위에 만져보고 싶어 미칠 듯한 마티에르까지 가득 담은 채로. 이장욱(스페이스K 큐레이터) 
    more
  • 까벨루트 리타Cabellut Lita
    리타 까벨루트는 프레스토기법을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그녀만의 독창적인 회화언어로 인간 본성을 화면에 담는 작업을 중해왔다. 소설 속 인물부터 동시대 인물들까지, 그녀만의 벽화기법으로 재해석된 작품 속 인물들은 시적인 동시에 기념비적인 느낌을 준다. 까벨루트는 주로 하나의 대상이나 주제를 정해 시리즈로 작업을 하는데, 전시작 중 하나인 'Anja'는 창녀들의 모습을 그린 'Prostitute' 시리즈 중 하나이다. 주로 유럽에서 활동하며, 한국에는 오페라 갤러리를 통해 소개되었다.  
    more
  • 이상준SangJun Yi
    이상준의 ID시리즈는 그가 디자인의 조형적 특징에 몰두했던 시기의 작업으로, 조각의 근원적 본질 또는 존재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가적 탐색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이상준의 설치작업은 스페이스 K_과천 아이스크림메이커에도 전시되어있다.
    more
  • 카를라 부스틸Carla Busuttil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카를라 부스틸은 정치와 역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혈통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는 히틀러, 마오쩌뚱, 대처 등 한 시대의 정치 사회적 판도를 뒤흔들었던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유독 폭력과 부패의 현대사에 주목한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거친 필치와 과감한 색채, 단순한 형태로 표현되어 초상화라기보다 순간적으로 그려낸 크로키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렇게 써내려간 버서틸식 인물 평전은 작가 자신의 역사관을 회화적으로 발언한다. 
    more
  • 크리스토프 루크해베를레Christoph Ruckhaberle
    크리스토프 루크해베를레는 신라이프치히화파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연극무대처럼 세팅된 공간 안에 그가 생각한 내러티브에 따라 인물들을 배치하고, 관객들에게 그 해석을 열어 놓는 방식으로 독특한 그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 분명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관객은 그 이야기를 명확히 파악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의 그림은 알 수 없는 대상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인물과 공간 사이를 구분 짓는 분명한 경계와 튜브에서 짜내 바로 화면에 바른 물감이 주는 거친 질감 사이의 충돌이 형식적인 면에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