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K

서울 SEOUL
2020.09.16 - 2021.01.29
Distorted Portrait
일그러진 초상
참여작가
게리 베이스먼, 글렌 브라운, 대쉬 스노우, 딘큐레, 배찬효, 서도호, 신미경, 실비 플뢰리, 아드리안 게니, 안드레 부처, 오스제미오스, 이불, 자니스 바렐라스, 장샤오강, 줄리언 슈나벨, 지티쉬 칼랏, 케이시 맥키, 크리스토프 루크해베를레, 필립 반덴버그, 후마 바바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은 개관전 ‘일그러진 초상’전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상을 소재로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30여점을 소개합니다. ‘초상’은 예술가들에게 수많은 영감을 주며 예술의 역사와 함께해 왔습니다. 동시대미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재현한 초상 작품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들은 작품을 통해 정신분열이나 집단 광기, 폭력이나 피해망상을 비롯해 우리가 망각하거나 애써 모른척하고 있는 부조리에 끊임없이 괜찮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t “Space K Seoul,” our new space for sharing culture and art, we are pleased to announce the very first exhibition, “Distorted Portrait”. The exhibition presents about 30 pieces of contemporary artists’ work under the theme of ‘Portrait’. Contemporary artists who are at the forefront send numerous messages through Portrait works. Through their works, they question our wellness by consistently bringing up themes of schizophrenia, group madness, violence or delusions, which we all fail to see or pretend to ignore.
  • 게리 베이스먼Gary Baseman
    게리 베이스먼은 광고와 일러스트를 넘어 설치미술과 공연, 장난감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가로 지르는 간학제적 아티스트로서 역사와 유산, 사랑과 그리움, 상실과 같은 폭넓은 주제를 작품에 망라한다. 그의 이 같은 성향은 헐리우드 부근에서 성장한 그의 개인사에 기인한 것으로 로스앤젤레스 미술계는 물론 앤디 워홀과 월트 디즈니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베이스먼은 1986~1996년부터 <뉴요커>, <타임>, <롤링 스톤즈>와 같은 잡지를 비롯하여 나이키, 게토레이,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국제적인 기업 클라이언트를 위해 다수의 광고와 편집 캠페인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Dying of Thirst>는 일본 팝아트와 미국 문화의 감성이 혼성된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넘치는 위트로 장난감 문화와 미술의 경계를 허문다. 욕망의 갈망과 통제라는 개인적인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베이스먼의 독특한 도해법과 환상적인 시각적 서사는 대중문화와 미술의 세계를 한데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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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렌 브라운Glenn Brown
    영국 yBa의 초기 작가 중 한 명인 글렌 브라운은 기존에 잘 알려진 작품을 작가 자신의 작업으로 전유하여 왜곡하고 변형한다. 2011년 비엔나의 쿤스트할레와 2013년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00년에는 영국 터너 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작가가 전유하고자 하는 대상은 초상화, 풍경화, 삽화 등 르네상스 시기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들이다. 브라운은 램브란트와 벨라스케스, 피카소, 바젤리츠와 같은 대가들의 작품의 색상과 위치, 크기를 변경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재생산한다. 얇게 소용돌이치면서 세밀하게 묘사된 붓 놀림은 입체감을 강조하는데, 작품 속 괴기한 형상들은 일견 두껍게 칠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매끄럽고 평평하다. 또한 두꺼운 층의 유화 물감을 구조물 위에 쌓아 질감을 강조한 조각도 함께 선보이는데 그 교묘한 입체성이 평면 회화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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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쉬 스노우Dash Snow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대쉬 스노우는 반항적인 젊은이들의 쾌락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카메라에 담는다. 미술품을 수집으로 유명한 명문가 출신이지만 가족과의 잦은 불화로 10대 시절부터 뉴욕에서 거리의 예술가들과 어울린 그는 폭력과 섹스, 약물에 중독된 비주류 청춘들의 일상을 작품화했다. 스노우는 자신이 돌아다닌 장소들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기록했는데, 마약과 섹스 그리고 폭력이 난무하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을 포함하여 콜라주와 조각은 물론 심지어 자신의 정액까지 작품의 매체로 활용한 그는 댄 콜렌, 네이트 로먼, 라이언 맥긴리와 함께 쾌락주의 세계를 작품에 끌어들였다. 스노우의 작품은 2006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전시되었고, 이후 브루클린 박물관과 휘트니 미술관, 뉴 뮤지움에 소장되었다. 2009년 스물 일곱의 나이에 뉴욕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그는 비틀거리는 청춘들의 광기어린 일탈을 그린 천재 아티스트로 추앙 받으면서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미국의 서브 컬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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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딘큐레Dinh Q. Lê
    딘큐레는 세계적으로 호평받고 있는 베트남계 미국 예술가이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 각각 미술과 사진을 공부한 그는 전쟁과 이민 문제를 다뤄왔다. 특히 어느 한 사건이 인식되고 기억되는 방식을 새롭게 조명하는 그의 작업은 국가와 사회의 역사와 그 역사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통한 역사라는 두 층위를 엮어 그 이면과 모순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카네기 박물관, MoMA PS1, 일리노이주 현대미술관, 아시아 소사이어티 등 국제적인 기관에 전시되거나 소장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스킨 온 스킨> 시리즈는 1997년 이후 베트남의 인터넷 합법화가 베트남 내 성 혁명에 있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탐구한다. 어린 시절 풀이나 식물을 재료로 한 전통 직조법을 배운 작가는 이 방법을 통해 사진들을 서로 엮여 시각적 상호작용을 이루는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1990년대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성인 사이트에 대한 접근성이 점점 용이해진 환경을 목도한 레는 베트남의 성적 해방과 성 차별에 대한 사회의 도덕적 태도 변화를 작품에 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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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찬효ChanHyo Bae
    자아를 타자 속에 밀어 넣는다는 것은 자아에 대한 반추와 동시에 내외적 충돌을 야기한다. 그리고 집단은 융화를 위해 자아를 뒤흔드는 적응력을 요구한다. 작가 배찬효는 영국 유학이라는 자아를 타자의 집단에 밀어 넣는 선택을 했고 동양에서 온 이방인으로써 소외를 경험했다. 작가는 문화권이라는 경계의 내외부에서 몸소 느낀 암묵적인 폭력성을 발제 삼아 상징적인 시각 장치들을 배치하고 사진 작업으로 나타낸다. 작품 속 중세시대 절대왕정의 인물들은 지위를 과시하며 화면 밖을 응시하는 일관성을 보인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시선의 중심 인물은 다름 아닌 작가 배찬효다. 그는 중심 스토리의 실제 경험자이며 연출가이자 스스로 가장 중요한 설정적 요소가 된다. 서양의 중세시대 귀부인이나 서양 동화를 각색했던 작업은 이제 실제 존재했던 역사 속 인물 되어보기를 시도한다. 탐구 대상을 가상 인물에서 실존 인물로 변천시켜 고증의 깊이와 문제의 실재성에 더 힘을 싣었다. 짙게 화장하고, 지위와 관습이 드러나는 코스튬을 입고, 부를 과시하며 당당한 자세를 취하는 적극적이면서도 섬세한 연출로써 대상과의 동일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치열하게까지 보이는 분장과 진중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실소를 자아내는 부자연스러운 작가의 표정은 결국 흡수되지 못하고 배제되었던 한계, 그 어디쯤으로 해석된다. 또한 극적인 색감은 편견으로 무장한 냉혹했던 현실을 짐작케 한다. 남성이 여성으로, 동양인이 서양인으로, 현대인이 과거인으로, 실제에서는 성립 될 수 없는 관계를 전환하는 연출은 서양 역사를 표상하는 관용적 이미지에 대한 해석을 전복시킨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연출된 구성 요소들은 주제를 한 화면 안에서 각인시키는 효과적인 시각 장치로 자리 한다. 정교한 설정에도 결속되지 못하고 연속되는 마찰은 연출실패가 아니라 문제의식을 더 선명하게 역설하고 있다. 서양문화의 장벽에 직면했던 동양남자 배찬효는 기꺼이 스스로 현실의 초상이 되어 관람자와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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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도호Do Ho Suh
    서도호는 독특한 개념의 정교한 조각과 설치, 영상 작업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우리나라 예술가이다. 1998년 카파미술상 수상을 필두로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로 선정된 그는 런던 서펜타인갤러리와 뉴욕 리만머핀갤러리 등에서 전시를 가지며 국제 무대에 널리 알려졌다. 유학 초기에 서울과 미국이라는 서로 동떨어진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공간의 급격한 변화를 남다르게 감지한 그는 이에 수반되는 불편하고 낯선 경험을 작품으로 구현했다. 이는 특정 공간을 꼼꼼히 측정하여 정교하게 천으로 떠내는 설치 작업으로 발전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고등학교 교복>은 교복 문화와 군사 문화에 대한 작가 개인의 경험에 기반한 작품이다. 작가는 획일화된 사회에서 개성과 정체성을 말살하고 통제에 용이한 상징적 장치로서 자신이 입었던 교복을 내세워 한국 사회의 권력과 집단적 통제를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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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미경MeeKyoung Shin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조각가 신미경은 동서양의 고대 유물을 비누로 재현한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작업을 '번역(translation)'이라 칭한다. 고대 그리스 조각상이나 동양의 불상을 원본과 흡사한 모습으로 정교하게 가공한 ‘번역 시리즈’는 복제, 문화, 시간, 장소 등 역사적 맥락 안에서 복합적인 의미를 획득한다. 이같은 그의 비누 작업은 ‘풍화’ 시리즈로 확장되는데, 공들여 비누로 재현한 조각을 의도적으로 야외에 설치하여 자연스럽게 마모될 수 있도록 연출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 ‘Written in Soap: A Plinth Project’는 영국의 컴벌랜드 공작을 부활시킨다. 정치적인 이유로 런던 카벤디쉬 광장에 동상이 철수된 후 덩그러니 좌대만 남아있던 자리에 신미경은 ‘컴벌랜드 기마상’을 비누조각으로 재탄생시킨다. 면밀한 사전조사를 거처 다시 만들어진 ‘컴벌랜드 기마상’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기념비 조각이지만 비누 조각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 작가의 이 같은 ‘기념비 해체’ 전략은 사회, 문화적 전통과 관습에 따라 규정된 모든 것들에 대해 의심 해볼 수 있도록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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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비 플뢰리Sylvie Fleury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여성 예술가 실비 플뢰리는 현대인의 일상적인 쇼핑 행위를 통해 오늘의 소비문화를 풍자한다. 값비싼 명품 의류나 스포츠카와 같은 물질적 요소들을 우리 시대의 징후로 생각하는 작가는 소비자와 예술사에 대한 페티시즘적 관계와 관련된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이번에 전시되는 <Razor Blade>는 지나칠 정도로 크고 과도하게 빛나는 면도칼이 벽에 기대어 연출되는 작품이다. 면도칼을 물질적 페티쉬와 미니멀리스트적인 오브제로 표현한 작가는 예술사적 흔적을 모호하게 드러내며 욕망과 스타일을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예술품으로서 뻔뻔스러울 만큼 이중적 의미를 띠며 박물관이나 갤러리 같은 공간의 풍기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의 연관성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한층 유혹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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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드리안 게니Adrian Ghenie
    루마니아 출신의 화가 아드리안 게니는 유럽 역사의 폭력성에 주목한다. 황량한 풍광을 배경으로 형태가 바랜 인물 묘사를 특징으로 하는 그의 회화는 과거의 권력자들을 화폭으로 불러내 어두운 풍경과 거친 필치로 공포와 불안이 엄습한 화면을 연출한다. 이렇게 아드리안 게니는 인간 존재의 가장 어두운 영역을 묘사하고 해당 인물의 복잡한 심리적 풍경을 재현하는데, 그 대상은 주로 유럽 역사상 주요 인물들이다. 작가는 권력 남용이나 착취, 억압과 같은 인류사의 위악을 주제로 특정 공간과 관련 인물을 작품 속에 등장시켜 새롭게 각색한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루마니아관 대표작가로 선정된 바 있으며 그의 작품은 파리의 퐁피두 센터와 LA 현대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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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드레 부처André Butzer
    독일 슈투트가르트 출신의 화가 안드레 부처는 미국과 독일의 역사와 정치, 경제, 사회 계층,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과학 기술에 이르기까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루는 모든 것들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이번에 전시되는 <Untitled(wanderer)>에는 갈색 코트와 흰 장갑을 착용하고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인공이 정중앙에 등장한다. 이 인물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두터운 붓질과 강렬한 색채는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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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제미오스OSGEMEOS
    오스제미오스는 일란성 쌍둥이 구스타보 판돌포와 오타비오 판돌포로 구성된 아트 듀오이다. 유년 시절부터 힙합과 브레이크댄스와 같은 대중문화에 심취한 오스제미오스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기존의 스트리트 아트와 차별화된 참신한 스타일로 국제 미술계에서 인정받았다. LA 현대미술관, 도쿄 현대미술관 등에서 주요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뉴욕 타임스퀘어와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화이트 카니발>은 자신들의 캐릭터가 그려진 스피커를 벽면에 설치한 작품이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오스제미오스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노란색 인물들로 인종과 민족을 넘어선 보편적 인간을 은유한다. 스피커에 묘사된 작가의 캐릭터들은 마치 합창단이 노래하듯 음악을 발산하는데 이들에게 음악은 주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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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불Lee Bul
    이불은 우리나라의 현대 미술계를 이끄는 대표 작가 중 하나이다. 사회 비판과 역사 의식, 유토피아에 관한 인본주의적 탐구 속에 개인적 내러티브를 투영시킨 그의 파격적인 작업은 퍼포먼스와 조각, 설치, 회화,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광범위하게 아우른다. 뉴욕 현대미술관과 뉴 뮤지엄, 구겐하임 미술관,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2012년에 아시아 여성작가 최초로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플렉서스>는 작가의 유년기였던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구슬로 가방을 만들었던 어머니의 노동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구슬은 가난한 여성들에겐 생계 수단이자 부유층에겐 부의 표식이라는 이중적인 상징을 가진다.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이불 작업의 화두는 ‘몸’에 수렴되는데, 주체의 죽음을 말하는 그의 몸은 또 다른 주체의 탄생을 알린다. 작가는 유동하는 의미들의 짜임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조율하는 다중 정체로서 주체를 다룸으로써 근대주의와 연장선상에 있는 남근중심주의의 해체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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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니스 바렐라스Jannis Varelas
    그리스 출신의 화가 자니스 바렐라스는 일상생활 속 진부한 요소들을 새롭게 구성한다. 추상과 구상의 표현이 재미있게 조화를 이룬 바렐라스의 작품은 콜라주 같은 디테일 표현으로 인물과 생동감 있는 공간과 장소를 탄생시킨다.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는 지금의 현실을 새로운 차원으로 안내한다. 바렐라스는 파리의 팔레 드 도교와 런던의 사치갤러리, 비엔나 쿤스트할레 등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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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샤오강Zhang Xiaogang
    쟝샤오강은 중국의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하나이다. 쓰촨미술대학 회화과 재학 시절부터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거부하고 새로운 모더니즘을 탐구한 그는 사회주의의 오랜 장막이 걷히며 격변하는 시기에 현대 중국의 정체성과 기억의 구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졸업 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비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린 <폭우강림>으로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았고, 그 후에도 동료들과 중국 미술계의 언더그라운드를 형성해 토론과 창작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장샤오강은 문화 혁명과 천안문 사태 이후의 아방가르드 운동은 물론 1990년 정치적 팝과 냉소적 사실주의, 그리고 이후의 다원주의에 이르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예술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의 작품에는 중국의 이러한 시대 상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그 시대를 몸소 체험한 이들의 고뇌와 격정, 슬픔이 엿보인다. 2002년에 시작된 <기억과 망각> 연작은 과거의 기억에 아파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겉으로는 꿈을 꾸는 듯 너무 고요해 보이지만 그 내면에 감정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느껴지는 이들의 모습에서 격동의 한 시대를 살아간 중국인의 자화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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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리언 슈나벨Julian Schnabel
    줄리언 슈나벨은 미국의 신표현주의 화가이자 영화감독이다. 2007년 칸 영화제 감독상과 2000년 베네치아 심사위원 특별 대상을 수상한 그는 영화 감독으로도 명성이 높다. 1979년 뉴욕 메리 분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이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작가는 미니멀 아트와 개념 미술이 대세를 이루던 시기에 거침없는 붓질과 화려한 색채로 '회화의 귀환'을 알리며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 슈나벨은 다층적인 이야기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질감이 풍부한 물감 위에 깨진 도자기를 회반죽으로 붙이거나 벨벳이나 코코넛 매트, 리놀륨 등을 캔버스 대신 사용하고, 소가죽이나 사슴의 뿔을 붙이는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회화의 한계에 도전했다. 또한 고전과 신화, 역사적 이미지를 절충하여 개인적이면서 암시성이 풍부한 작품을 창조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Crazy Town>은 확대한 스냅 사진이나 인도의 신, 역사적인 그림 등 사진을 합성한 작품이다. "실제 장소와 미적 현실을 실시간으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예술적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슈나벨은 디지털 세계의 이미지 메이킹 프로세스와 맞닿아 있는 이같은 사진 작업을 통해 새로운 대위법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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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티쉬 칼랏Jitish Kallat
    지티쉬 칼랏은 인도 현대 미술의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런던의 테이트 모던과 베를린의 마틴-그로피우스-바우, 베른 쿤스트뮤지엄, 도쿄 모리 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자신이 태어난 도시 뭄바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인도의 오래된 도시들의 불결하고 부정적인 측면의 문제 의식을 공유하는 칼랏은 이 지역이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Sweatopia>은 대담하고 풍부한 색채와 그래픽적인 방식이 가미되어 표현된 작품이다. 도시민의 초상을 캔버스로 소환한 작가는 일상과 기념비적 존재 사이에서 요동치는 자아와 집단 모두를 이야기하며 고통과 희망, 생존이라는 상반된 주제를 한 화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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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시 맥키McKee Casey
    [Unpacking Ego] 미국 애리조나주 출신의 화가 케이시 맥키는 독일과 미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베를린에 10여 년 동안 거주한 이력이 있는 그는 새로운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회와 정치로 관심의 폭을 넓혀왔다. 이 같은 주제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현실적으로 환기시키기 위한 장치로 사진과 회화를 결합시킨 작가는 캔버스에 흑백 사진을 출력하고 그 위에 유화를 그려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발전시켰다. 기업중심주의를 비롯한 기성의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그의 작품은 2007년 말 미국에서 발발한 경제 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맥키는 이른바 여피족이라 불리는 젊고 세련된 고소득 도시 직장인들이 회사를 위해 전사처럼 헌신하는 모습과 그 경쟁을 부추기는 기업의 부조리함을 통렬하게 담아낸 작품을 통해 오늘날 기업 경영과 마케팅이 과거 서구 국가에서 발전한 전쟁 기술이나 전략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기업주의를 모티브로 한 기존 작품 외에 기계 문명과 SNS 소통을 다룬 신작이 함께 전시된다. 애리조나의 어느 광활한 사막 사진을 배경으로 우주복을 입은 인물이 홀로 등장하는 이번 연작은 미국의 공상 과학 소설가 포스터(E.M. Forster)의 에서 영감을 얻었다. 1909년에 출간된 제법 오래된 소설이지만 향후 도래할 글로벌 인터넷 시대에는 오직 소셜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만 소통하게 될 것이라는 놀라운 예견을 담고 있다. 작가는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의식에 깊이 스며든 인터넷 환경에 대한 경험에 어떤 균열을 가하고자 이 연작을 구상했다.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검색을 기반으로 제공 받은 컨텐츠들은 인공지능의 정교한 알고리즘 하에 광고라는 궁극적 목적에 따라 움직일 뿐, 우리의 관점을 왜곡시키며 실재 세계의 리얼리티와 점차 멀어지게 한다. 결국 작가는 인터넷으로 경험하는 세계와 삶의 관계가 우리 자신의 내면 속에서 파괴적인 부조리를 빚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Transformed Human]케이시 맥키는 사진과 회화를 하나로 합쳐 새로운 질감의 화면을 만드는 작업에 주력해왔다. 그는 먼저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나무 판넬, 캔버스 위에 인화한 뒤 그 위에 유화작업을 함으로써, 사진도 회화도 아니면서 동시에 두 가지 특성을 모두 지닌 화면을 만들어낸다. 적응기대가설(Adaptive Expectations Hypothesis) 이라는 제목의 본 전시 작품은 금융증권가 사람들의 모습을 링 위에서 권투하는 모습에 빗댄 그만의 독특한 시각을 엿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맥키는 “The Upset: Young Contemporary Art" 에도 작품이 기재되는 등,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젊은 신진 작가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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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토프 루크해베를레Christoph Ruckhaberle
    크리스토프 루크해베를레는 신라이프치히화파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연극무대처럼 세팅된 공간 안에 그가 생각한 내러티브에 따라 인물들을 배치하고, 관객들에게 그 해석을 열어 놓는 방식으로 독특한 그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 분명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관객은 그 이야기를 명확히 파악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의 그림은 알 수 없는 대상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인물과 공간 사이를 구분 짓는 분명한 경계와 튜브에서 짜내 바로 화면에 바른 물감이 주는 거친 질감 사이의 충돌이 형식적인 면에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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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립 반덴버그Philippe Vandenberg
    벨기에 출신의 필립 반덴버그는 유럽의 신표현주의를 이끈 대표 작가 중 하나이다. 벨기에 왕립예술학교에서 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유럽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그는 1986년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열리고 구겐하임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면서 벨기에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 작가로 부상했다. 90년대 중반부터 반덴버그는 삶과 죽음, 물질과 정신 그리고 감정과 반영 등 거대 담론에 깊게 몰두해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Studie voor een portret van Ulrike Meinhof>에는 작가의 고뇌와 아픔, 공황과 괴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에게 무언가를 그린다는 행위는 타자로부터 자신의 의도에 대한 이해와 동의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기 보다는 작품을 통해 각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하는데에 의미가 있다. 추상성이 강조된 작품일수록 모두에게 주관적이고 극단적으로 개인적인 감흥을 줄 수 있다는 반덴버그의 생각은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이어야 한다’는 평생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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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마 바바Huma Bhabha
    후마 바바는 뉴욕에 기반을 둔 파키스탄계 미국인 조각가로 1981년에 미국으로 건너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2005년 뉴욕 현대미술관이 주최한 <Greater New York>과 2008년 광주 비엔날레, 2010년 휘트니 비엔날레,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등 세계 주요 미술 행사에 작품이 초대되었고,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휴스턴 미술관 등에 소장되었다. 후마 바바는 스티로폼이나 점토, 건축 찌꺼기, 철망같은 보잘 것 없는 재료를 사용하여 일부가 잘려나가거나 해부된 듯한 독특하고 기괴한 형태를 비유적으로 창출해내는데, 특히 토템을 주제로 한 작품이 대표적이다. 어린 시절 공상과학 영화와 만화책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작가는 “예술가들이 캐릭터를 발전시키기 위해 아프리카 가면과 다른 시대의 문화적 자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부족 예술과 모더니즘에 대한 그의 언급에서 얼굴이나 신체에 대한 미묘한 암시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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