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K

과천 GWACHEON
2020.12.08 - 2021.01.15
SPACE K CHARITY BAZAAR 2020
스페이스K 채러티바자 2020
참여작가
강석문, 권혁, 김연수, 김영헌, 김이수, 김찬송, 김태연, 박준형, 박지혜, 박창환, 박형진, 송지혜, 송필, 신경철, 신준민, 신진식, 안효찬, 양경렬, 오원영, 윤영경, 이동욱, 이상원, 이재석, 이재호, 이지연, 이피, 이효연, 임희재, 정세인, 정유미, 정주원, 정하눅, 제여란, 지희킴, 진현미, 차현욱, 최수미, 최수인, 하용주, 하지훈, 한성우, 한진, Studio 1750 (김영현, 손진희)
코오롱의 문화예술나눔공간 스페이스K_과천에서 연말을 맞아 제 9회 채러티 바자전을 개최합니다. 2011년 개관이후 156회의 전시를 통해 스페이스K를 빛내주신 작가들과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작품 판매 수익금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뜻 깊은 자선 전시회입니다. 다양한 소품의 회화, 조각, 사진 작품 등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 작지만 큰 사랑을 담은 작가들의 오리지널 작품을 특별한 가격에 소장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스페이스K 채러티 바자 2020'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강석문SukMoon Kang
    강석문의 그림에서는 ‘정겹다’, ‘행복하다’ 같은 추상적이지만 필수적이고, 인간의 보편적인 이상이 표정에서 드러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 자연을 닮은 작가는 조화와 협력을 외치고 있다. 그 외침은 나무, 꽃, 새와 같은 자연이 익살스런 얼굴 위에 펼쳐져 네러티브를 형성하는데, 두 요소는 구별되지 않고 조화와 협력의 관계로 드러난다. 순박하면서 유쾌한 인물들의 미소는 작가의 여유와 삶에 대한 유희적 시선이 묻어난다. 또한 화폭 속의 그들은 서로를 품고 있거나 즐거움을 함께하여 분리된 너와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가 말하는 조화는 붓이 지나간 자리를 바로 흡수하여 서로를 아우르는 한지와 먹의 성질에서도 잘 느껴진다. 단순화된 인물형상과 순간의 필치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강한 힘을 발휘하는데, 그 이유는 필치가 동양화에서 강조하는 기운생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보면 일상에서 깨닫고 스스로를 다스리며 그리던 과거 선조들의 문인화를 작가는 현대에서 모두가 공감할 이상에 대해 그리고 있는 것이다. 강석문의 작품에서 풍기는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는 한파로 춥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매해 요즘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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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혁Hyuk Kwon
    자연의 순수성을 고찰해 온 권혁은 바늘땀으로 선묘한 풍경 드로잉을 평면 작품과 설치 작업으로 선보여왔다. 그에게 스티치(stitch)로 묘사되는 과정은 자연 속에서 몸소 느낀 무정형의 ‘기(氣)’를 형상화하는 매개 방식으로 작용한다. 빛이나 시간과 같이 유동적인 자연 현상에 집중한 이번 작업은 신소재 인조 피혁인 샤무드(Chamude®) 위에 금사 생산에 사용되는 증착필름 아스트롤(Astroll®)로 밀도 있게 수 놓은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빛에 따라 반짝이는 그의 드로잉은 자연의 끝없는 경이로움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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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수Kim Yeonsoo
    김연수는 여행하며 스쳐 지나간 풍경을 화폭에 담는다. 여행 중에 우연히 마주친 풍경을 다시금 기억 속에서 떠올려본 작가는 비록 흐릿한 잔상으로 남았을 지라도 그 곳에서의 감정이 하나의 분위기로 각인되어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에게 풍경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이고 반응하게 하는 소재이자 기억과 감정을 회화 위로 소환하는 매개체이다. 화면 속 장소는 외딴 섬이나 길가의 풀, 깊은 숲 속이 바로 연상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는 최소화되어 있다. 김연수에게 그 곳에서 느낀 감정을 재생시키는 것은 정확하게 구사된 특정한 장면이 아니다. 작가는 붙잡을 수 없는 그 같은 감정을 일체화하여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집중한다. 무심결에 혹은 일순간 마주한 풍경에서 걸러진 미묘한 감정을 특유의 적막한 분위기로 녹여낸 그의 회화는 과거의 시공간 경험을 현재로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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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헌YoungHun Kim
    모든 경계에는 구름이 핀다 -김영헌 개인전 'Cloud Map'에 부쳐   여기 추정가 1억 원이 넘는 칼 한 자루가 있다. 김영헌 작가의 'Cloud Map-p1309'에 소재로 쓰인 칼은 역사 속에 나오는 유명인의 칼이 아니다. 재료 역시 다이아몬드나 황금처럼 값비싼 광물이나 금속이 아니다. 실재로는 존재하지 않고 만질 수 없는 칼, 작가가 그린 ‘진명황의 집행검+4’은 전자신호로 이루어진 게임 ‘리니지’의 아이템이다. 디지털 기술이 재현한 가상현실과 디지털 이미지는 이제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해가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은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IT환경을 통해 더 가공할만한 힘을 얻게 되었다.   무협 영화에 등장하는 무림의 고수들은 손가락 한 번 튕기는 것으로 바위를 깨고 날아오는 창칼을 떨어뜨린다. 고수들이 썼던 탄지신공(彈指神功)의 풍경은 현재 우리의 모습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항상 휴대한다는 블랙박스는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 가늠하기 어렵고, 클릭 한 번에 대륙 너머의 도시를 파괴하거나 지구 밖의 환경에까지 물리적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세상이다. 유비쿼터스 환경이 사람의 손끝에 부여한 힘은 전설이나 야사 속의 탄지신공보다 더욱 위력적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과 디지털 기술 개발의 목적은 개개인의 행복에 있었으나, 수많은 정보의 혼재는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무엇이 진실이고 정의냐는 문제 보다는 자신의 입장과 상황이 선과 악을 가르고, 넘쳐나는 정보는 개인의 판단을 더욱 흐리게 한다. 산에서 길을 잃는 이유는 길이 없어서가 아니라 길이 많아서인 것처럼 현대인은 눈앞의 수많은 길 위에 지도 한 장 없이 내던져져 있다.   김영헌의 작품은 가상현실의 지도를 그리는(mapping) 작업이다. 디지털 이미지를 더욱 입체적으로 현실감 있게 보이기 위해 2차원 이미지를 3차원적으로 매핑(mapping)하기도 하고, 현실과 가상이 혼재한 이 시대의 풍경을 매핑(mapping)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 디지털 풍경을 컴퓨터가 아닌 전통회화의 재료로 재현한다. 작품에는 여러 가지 색이 나란히 진행되거나 서로 섞여 경계가 모호한, 혁필 형태의 다중선이 등장한다. 붓이 지나간 자리에 드러난 선들은 덩어리가 되어 구름의 형태로도 보이고, 사람의 뇌 혹은 전자 파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백두산 천지를 그린 ‘Cloud Map-p1306’에는 전기 신호처럼 보이는 구름 이미지 안에 숨어있는 스탤스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장엄한 천지 위를 감싸고 있는 구름을 통해 작가는 보이지 않는 권력과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설치작품 ‘Cloud Map - i1301’에는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기분이 좋아질 스마일 아이콘이 등장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 스마일 이미지를 만들어 사람들을 매혹하는 주체가 무시무시한 스텔스기(권력)였다는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을 통해 우리가 보는 모든 것들이 환영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굳이 장자의 나비꿈(胡蝶夢)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환상앓이를 하며 살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개봉 후에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아바타 후유증'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판도라섬을 그리며 끙끙 앓기도 했고, 게임 속 가상현실과 현실간의 혼동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는 아바타 같은 유기신체는 아니지만 홀로그램 형태의 가상신체에 인간의 정신을 복제해 육체적 죽음을 넘어서겠다는 프로젝트 '2045 이니셔티브'가 시작되었으며, 2013년 현재 2만 명 이상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한 상태이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은 통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불분명하고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구름, 김영헌의 작품에 등장하는 구름들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미래와 과거, 구상과 비구상, 멜로디와 노이즈, 나와 타자의 경계에서 피어난다. 구름 너머에는 가려진 진실 혹은 다가올 미래의 징후 등이 숨어있다. 작업실에서 작가는 회전하는 LP판 위에 바늘을 올려 음악을 선곡하기도하고 MP3파일을 클릭해서 음악을 듣기도 한다. 이처럼 그가 그리는 가상현실과 미래풍경 역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에 있다. 이는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야만 하는 작가의 처절한 생존욕구와 아날로그에 대한 지독한 향수가 만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그의 연구와 엄밀한 준비성은 디지털 이미지에 나타나는 신호의 끊김이나 노이즈마저도 붓으로 재현하게 한다. 실경과 관념이 뒤섞여 구현되는 그의 풍경화는 메시지, 구현방식 등에서 풍경에 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는 그가 안평대군의 꿈을 멋지게 구현한 안견의 몽유도원도처럼 우리가 꿈꿔도 좋을 환상적인 미래풍경을 그려주길 기대한다. 오일 냄새 물씬 풍기는 캔버스 위에 만져보고 싶어 미칠 듯한 마티에르까지 가득 담은 채로. 이장욱(스페이스K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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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이수Kim YiSu
    수평선이 바다와 하늘을 가르는 공간의 경계선이라면 석양은 빛과 바람을 삼키는 시간의 경계선이라 할 수 있다. 그 경계선에 매료된 김이수는 이를 미세한 ‘차이의 풍경’이라는 일련의 작업으로 발전시켰다. 작가는 시시각각 다른 얼굴을 드러내는 공기와 빛의 파장과 경이의 풍경을 붙잡는 동시에 시간과 공간의 경계선 너머로 잘게 갈라지는 미세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다겹의 테이프를 이용했다. 유백색의 아크릴판 표면에 붙인 테이프가 겹겹이 층을 이루는 작품 표면에는 반사된 빛이 축적된다. 빛의 굴절에 의해 그의 작품은 수평선에 가라앉는 석양이나 떠오르는 태양처럼 보이기도 하며, 마치 지구의 중력으로부터 이탈한 우주선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우주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테이프를 층층이 붙인 레이어는 아날로그적 이면서도 디지털적 감각을 동시에 보여주는데 그의 작품의 소재로 사용되는 반투명 아크릴의 투과성은 이른바 앵프라맹스(inframince)의 개념에 적절한 재료이다. 마르셀 뒤샹이 제시한 개념인 앵프라맹스는 아주 얇고 작다는 뜻으로 완벽한 실체가 없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 혹은 가장자리를 설명할 때 쓰는 말이다. 김이수는 작품의 지지체로 반투명 아크릴을 사용함으로써 이미지를 배제한 화면의 여백을 통해 전통적인 회화 작품과는 다른 특징을 부여한다. 아크릴의 투과성이 지닌 비물질성이야말로 빛과 레이어로 그려내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앵프라맹스의 지지체가 된다. 앵플라맹스의 개념에 기반한 작가의 감성은 이렇듯 빛을 포용하며 마치 안개 속의 호수 표면을 떠도는 작은 보트와 같은 희미한 풍경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렇게 완성된 풍경은 수평선처럼 어디까지 가도 맞닿을 수 없는 영원한 경계 속에 존재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숭고한 빛으로 조형적 사고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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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찬송Kim ChanSong
    김찬송의 작품에서 평범한 일상 공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누드는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이다. 카메라 앞에 스스로를 응시 대상으로 세운 그는 촬영을 거듭하면서 자신의 몸이 더 이상 스스로와 동일시되지 않음을 느꼈고, 낯선 대상으로 느껴지는 순간의 컷을 화폭으로 옮긴다. 화면 밖으로 밀려난 얼굴은 우리의 눈길을 더더욱 신체 자체에 머무르게 하는데, 물감을 두텁게 발라 직관적인 빠른 붓질로 동세와 명암 정도만 묘사한 신체는 불특정한 누군가의 몸과 다를 바 없는 타자로 등장한다. 그의 이 같은 과감한 작법은 익숙한 대상에서 느껴지는 두려운 감정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하기도 한다. 한편 함께 전시되는 연작 은 각국에서 온 이방의 식물들이 한데 엉겨 자라고 있는 프랑스의 어느 정원을 소재로 하는데, 이 역시 물감의 물질성을 즉각적으로 노출함으로써 배경이 되는 장소의 특정성이나 수종의 특이성을 무력화한다. 실재의 대상과 이를 촬영한 사진, 그리고 회화적 공간에 옮겨 놓은 작가의 캔버스, 이 삼자는 더 이상 재현적으로 일대일 대응하지 않으며 복잡다단한 함수로 관계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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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연Kim Taeyeon
    김태연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오늘의 시대를 우리 몸과의 관계를 통해 유비적으로 들여다본다. 현대인들이 타인과 소통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장으로 고도화된 ‘초연결사회’에 주목한 작가는 만질 수 없는 가상 세계 안에서 작동하는 한계가 부조리를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연작 는 무한함을 내세우는 디지털 문명과 유한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몸의 부조화를 동양의학의 혈자리와 통신망의 도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몸의 생동을 표상하는 혈자리와 통신망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불완전한 신체의 파편들과는 어색하게 조합된다. 이는 나와 타인이 관계 맺는 만남의 장소로 이해되곤 하는 '몸'이 소통과 공유를 표방하는 가상세계에서는 정작 배제되는 모순에 대한 작가의 불편한 시선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초연결사회라는 오늘날의 환경과 몸의 관계를 다룬 작품을 통해 작가는 고도화된 가상세계에 매몰된 현대인이 그 어느 때보다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 시대라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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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형Jun Hyoung Park
    박준형은 질서정연하게 획일화된 현실의 도시와 다층적 상황과 심리가 용해된 심리적 도시를 대칭구도로 담아낸다. 일정 목적에 따라 계획된 도시와 그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개별적 자아로 존재하는 도시인의 관계를 고찰한 그의 작품은 상반된 표현의 도시 건축물을 통해 도시 환경과 괴리된 현대인의 끊임없는 갈등을 포착한다. 차갑도록 피상적인 도시의 풍경과 두터운 마티에르의 우울한 심리의 풍경이 강한 대비를 이루는 양분된 화면은 그 심연한 마찰에 공명하며, 결코 융합할 수 없는 두 도시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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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혜Jihye Park
    박지혜는 ‘자아’와 ‘세계’ 사이의 피할 수 없는 접촉과 마찰을 그린다. 직간접적 체험에 의거한 사건이나 에피소드를 배경으로 한 그의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을 다루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는 과감할 정도로 단순화한 인물 표현이나 주관적인 감정이 투영된 강렬한 색채 운용, 분절적인 패턴의 맥락 없는 삽입을 통해 공간을 철저히 비현실화한다. 현실과의 연속성, 현실로부터의 도피라는 모순된 양가적 무게가 아이러니하게도 조화를 이루는 이 매력적인 공간은 일상의 풍경이나 사소한 주변 사물을 호기심 어리게, 때로는 불안정하고 멜랑콜리하게 바라보는 젊은 작가 자신의 시선이 녹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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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창환Changhwan Park
    박창환의 그림은 크게 보면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작가는 배경이 될 그림을 그린 후 물감이 마르기 전에 한 방향으로 붓칠을 가함으로써 속도감이 느껴지는 흐릿한 배경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그 위에 작지만 또렷해 보이는 요소들을 그려 넣는다. 이 중첩된 화면 기법은 배경으로의 몰입을 경계하고, 비판적이며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게 하기 위하여 작가가 고안해 낸 방법이다. 희미한 배경 이미지는 새로운 관념의 수영에 있어 절충적 조화와 가치관 형성이 부재한, 무분별한 서구문화의 수용을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환영을 나타내고 부유하는 파편들은 기존의 유교 문호와 서구 개인주의가 갈등을 겪으면서 파생된 전통적 가족의 해체, 개인들의 좌절, 고립 등을 나타낸다. 이렇듯 박창환의 그림은 2차원의 평면이지만 오버랩된 화면과 흔들리는 역동성 등을 통해 그림이 내포하는 의미를 훨씬 풍부하게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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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형진Hyungjin Park
     박형진은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것들을 감성적 정원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떠나버린 이가 남겨놓은 것에서 전해지는 묘한 울림, 조금은 흐릿하면서도 선명한 기억들을 캔버스에 소환한다. 어설프지만 정원의 형식을 갖춘 대상은 작가에 의해 의미 재생산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박형진은 관계와 부재, 상실과 채움, 관조와 깨달음으로 연결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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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지혜Song JiHye
    송지혜는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불안과 공포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심리 작용을 시각화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의 일상 속까지 보이지 않게 침투해 있는 일종의 편집증적 양태를 유희적으로 전개한 드로잉 연작과 회화를 선보인다. 그는 주변의 소소한 사물들에 독특한 상상력을 가미해가는데, 고유의 속성을 비틀거나 논리에서 벗어난 부정 교합을 시도하기도 한다. 분절된 인체가 전혀 다른 맥락의 무엇인가와 혼혈된 모습과 같은 기괴한 표현은 결코 우연한 망상이 아닌 작금의 시대에 만연한 심리적 장애에 대한 방어 기제로 공감을 유도한다. 이렇듯 불확실성의 사회에서 불안과 공포를 떠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동시대의 이상 심리를 관조하는 작가는 유머 속에 날카로움을 일관되게 드러내며 오늘날 우리 삶의 양태에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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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필feel Song
     송필은 속도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사회적 기억을 물리적 개념으로 은유 한다. 그는 낙타, 사슴과 같은 동물 신체의 일부를 자연석으로 치환하는데, 모두 위태롭고 버거운 모습으로 일관한다. 지방을 채운 혹 대신 오백 여 켤레의 헌 신발들을 짊어지고 있는 작품 의 낙타는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사회 속에서 지표를 찾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심리적 무게를 측정하려는 듯 하다. 이 불완전한 동물들은 윤택한 삶 이면에 또 다른 측면으로 재구성하여 오늘을 기억하는 현대의 초상이자 현대 도시에 영향을 주고 받은 기억이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가에 대한 은유로 관람객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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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철Shin KyungChul
     일상에서 포착된 이미지는 찰나에 스쳐 지나가지만 기억의 방식으로 지속화된다. 그 속에서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새롭게 재구성되기도 하는데, 바로 신경철의 작업은 이에 대한 회화적 추적인 셈이다. 작가는 우선 캔버스에 수차례 밑칠을 한 후 빛을 반사하는 금속성의 물감을 도포하고 다시 사포로 갈아내는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 단색의 매끄러운 표면을 마련한다.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를 캔버스의 표면에 빠른 붓질을 통해 펼쳐놓는다. 작가는 일차적으로 구현된 강렬하고 단순한 이미지 위에 드로잉을 가하여 새로운 개입을 시도한다. 붓질이 지나가며 남긴 흔적이나 그 가장자리 부분의 미세한 공간들을 검은 연필로 세심하고 정밀하게 그려나간다. 작가는 종이에 형광펜으로 글자를 쓴 후 검정 펜으로 윤곽을 그렸던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글자가 생경한 모습으로 부각되는 과정을 인상 깊게 느꼈다고 한다. 거친 붓질의 흔적에 집중했던 이전 작업들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방법론적으로는 같은 맥락을 유지하지만, 강렬한 붓질과 색감을 통해 한층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화면 전체에 균일하게 도포된 은빛 배경색은 캔버스 위에 차갑게 내려앉은 채 그 위에서 펼쳐지는 이미지의 회화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과정에 대해 작가는 "거칠고 즉흥적인 붓질의 행위 이후 몰려드는 허무를 극복하고, 고착되려고 하는 이미지 혹은 기억에 대한 끊임없는 새로운 개입을 통해 그것을 재-이미지화 혹은 탈-이미지화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스케치 후에 채색하는 보통의 페인팅 방식을 뒤집은 그의 작업은 선(先) 채색 후(後) 스케치라는 회화에 대한 실험을 통해 메타 페인팅의 성격을 획득하며 풍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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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준민Shin JunMin
    [경험의 궤도]신준민은 하천이나 산책로 등 지극히 평범한 장소를 내면화 한 풍경을 그린다. 이러한 장소들은 회화의 소재로서 인위적으로 선택되기보다는 산책과 같은 일상 행위가 이루어졌던 장소에서 우연히 유년의 기억을 상기하거나 문득 떠오른 감정이 환기되면서 회화에 중첩된다. 작가는 자신의 시각 망 속에 들어온 대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적 감정을 투사함으로써 그 장소를 다르게 느끼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채색 또한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자신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감정의 색채를 적용한다. 일상적인 장소에서 벌어지는 작가의 경험은 그 자체로 고정불변하지 않고 끊임없는 차이의 축적으로 시각화되며, 이는 관람들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그 곳'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재생시킨다. [크리티컬포인트]신준민은 도시의 일상 풍경을 배경으로 개인의 정서적 경험과 기억을 투영한다. 대구의 달성공원이나 야구장 같은 특정 공간을 의도적으로 한정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모험으로 설정된 일상 속에서 작가 개인의 체험에서 비롯된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의 숲을 연상케 하는 건설현장에서부터 지하철역마다 붙여진 가지각색의 타일들, 혹은 버려진 낡은 기계들처럼 도시 속의 구조물들이 대상이 된다. 작가는 사진으로 기록해둔 이미지들은 회화로 옮기면서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바탕으로 그 대상만이 가지고 있는 내적인 특성을 회화로 이끌어낸다. 이 과정에서 그곳의 상황과 구성 요소에 따라 들려오는 풍경에 담긴 소리는 복합적인 감정들과 함께 그의 캔버스에 붓질과 색채로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한 장소에서 파생되는 소리를 눈에 보이는 조형으로, 구조적인 형체나 대상은 들리는 색채로 표현하는 작가는 이를 자신의 심적 경험과 기억들로 새롭게 변주한다. 작가에 의해 모험하듯 세상을 유랑하면서 기록된 대상들은 우연한 조우의 대상이기에 어디에나 있는(everywhere) 것이지만, 작가만이 볼 수 있는 어디에도 없는(nowhere) 풍경이 되어 작가의 경험과 기억이 회화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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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식JinSik Shin
    신진식은 개념미술과 퍼포먼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현재는 회화, 미디어, 실험 영화 등 매체의 구분 없이 전방위 창작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종이박스에 대중가수와 범죄자들의 모습을 담은 회화 작업은 현 사회의 상반되고 모순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걸 그룹의 과도한 노출과 성적인 안무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으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반인륜적인 성범죄들이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함께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작가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꼬집고 그 부조리를 외면하는 사회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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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효찬Ahn HyoChan
    안효찬은 작가 자신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과연 일반관객에게 얼마큼 받아들여지며 작가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만으로도 그 작품이 충분한 기능을 다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다. 인간과 예술 사이에 놓인 난해한 작품들의 본질과 소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온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작업을 해 나가며 관객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의 메시지 또한 개인만의 갇힌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진정성과 재미로 무장한 사물(object)의 이야기를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시리즈는 누워있는 돼지와 그 위에 무언가를 건설하는 공사현장을 통해 자연을 착취하며 건설되어온 우리 문명을 풍자하고 있다. 종종 제사상에 오르곤 하는 돼지는 이러한 희생을 상징하며, 나아가 발전과 개발을 위해 희생된 누군가의 박탈된 자유로 의미를 확장 시킨다. 활짝 웃고 있는 돼지의 표정과는 상반되게 묵직한 주제를 담은 그의 작품은 문명이 폭력을 통해 탄생했고 유지되고 있음을 우리에게 폭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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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경렬KyungRyul Yang
    양경렬은 줄다리기를 통해 현대사회의 개인과 군중에 대한 심리와 제도를 꿰뚫는다. 특이한 점은 줄다리기의 승부가 성립될 수 있는, 싸움의 대상인 상대편을 화면 밖으로 감추고 있다는 점이다. 줄다리기 선수를 둘러싼 흐릿한 형상의 구경 인파는 이 경기가 투쟁의 현장인지 축제의 장인지 경계를 흩트린다. 이를 통해 그림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은 그들이 이토록 자신 쪽으로 끌어 당기려고 한 대상이 과연 누구인지 생각하게 되며, 어쩌면 그 적들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라는 새로운 담론에 초대된다. 작가는 줄다리기 시리즈를 통해 줄을 당기는 개개인의 행위 자체가 과연 유의미한가 되물으면서,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는 무엇이며 변화되어야 하는 제도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자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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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원영Wonyoung Oh
    오원영은 작가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재현하면서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에 드러난 아이들은 지극히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존재들이다. 아이들의 순수는 인위적으로 조작 될 수 없는 무의식 중에 하나다. 그런 원초적 ‘순수’가 작품에서 익살스럽고 과도한 꾸밈없이 잘 나타나고 있다. 니체는 ‘아이는 새 출발이고, 유희며, 스스로 돌아가는 바퀴의 최초의 운동이자 신성한 긍정’이라고 말하며, 이루어낸 것 보다 이룰 것이 더 많은 희망으로 보았다. 작품에서도 보듯이 아이들은 두렵고 무서운 존재인 맹수들조차 호기심의 대상으로 여기며 친밀한 동반자로 함께한다. 포용할 때 비로소 또 하나의 희망으로의 질주에 동력을 얻는 것이다. 인간의 모습 중 가장 원형이 되는 아이들에게서 출발선 앞에 서있는 우리가 갖고 있는 기대감을 충족하기 위해 상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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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영경Youn YoungKyong
    전통 진경산수의 사의(寫意)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온 윤영경은 강렬한 준법과 대담한 스케일의 한국화를 선보여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기존의 작업방식에서 선회하여 다채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그동안 하늘에서 바라본 장엄한 자연 풍광을 주로 그려왔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자신의 주변 풍경에 주목한다. ‘비욘드(Beyond)’라 부쳐진 일련의 작업들은 일상 속의 산책로나 텅 빈 들판과 마른 담쟁이, 휴식을 취하는 새들의 모습과 같은 소소한 자연 풍경이 그 대상이다. 작가는 ‘보기’ 위한 유랑이 아닌 일상 속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풍경들을 화폭에 담는다. 특히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이동에 따라 작법에도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순수한 한지 대신 삼베나 옻으로 물들인 채색이 가미된 한지를 사용함으로써 고아한 분위기를 드러내며, 강렬한 필선 방식은 발묵과 담묵이 어우러지는 묵법을 시도하며 풍경 속에 자신의 감정을 녹여냈다. 또한 예의 전통 산수화에서 장엄하게 펼쳐진 산세를 표현하기 위해 두루마리에 그린 횡권(橫卷) 형식을 활용해온 전작의 경향과 달리 화폭에도 변화가 엿보이는 가운데, 이러한 횡권산수(橫卷山水)를 변주한 설치 작업은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하다. 삼베 위에 그려낸 다면화의 풍경이 천정에 걸려 펼쳐지는 설치작업은 파노라마처럼 마치 산 속을 두루 둘러보듯 관람객의 시점을 입체화시킨다.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윤영경의 산수 ‘비욘드(Beyond)’는 대상과 양식, 화법 등 다채로운 면에서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전통의 틀을 확장하고자 한다. 부제가 주지하 듯 그 ‘너머’의 것을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와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 주변부와 미시적 풍경으로 시선을 돌려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일상의 위대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이번 전시에서 윤영경이 보고 느낀 일상의 기운생동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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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욱DongUk Lee
    미술사조에서 자주 등장하는 초현실주의자들은 꿈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꿈’이 ‘꿈’으로 설명 될수 있는 이유는 현실이 아닌 욕망이 담긴 상상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필연적으로 비현실을 담아낼 수 밖에 없었다. 이동욱도 초현실주의자들이 즐긴 욕망이 발현된 ‘꿈’에 대한 관심을 화면에 담았다. 이러한 면에서 풍선을 그리며 자신의 네러티브를 구사하는 이동욱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전하고자 하는 희망으로의 도달이라는 스토리텔링에 잘 부합하고 있다. 달콤할 것만 같은 감각적인 색감의 풍선들은 마치 하나하나의 최소단위처럼 표현되어 덩어리를 이루고 병치혼합과 같은 조화로 하나의 존재 혹은 표상을 또 한번 드러낸다. 작가 개인의 욕망으로 대변되고 있는 풍선들이 모여 또 다른 존재를 드러내며 그 욕망을 해소하고, 진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공기를 채우면 채울수록 가벼워져 하늘로 떠오르는 성질의 풍선이 다가올 한 해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는 우리모두의 모습과도 닮았다. 아니, 어쩌면 수많은 풍선들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는 또 한번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위해, 지나간 것들과의 안녕하는 모습으로 이입됬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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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원Lee SangWon
    이상원은 휴식을 즐기는 개인과 군중을 캔버스에 지속적으로 담아왔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여가 활동을 보내는 장소인 공원이나 수영장, 해수욕장, 산, 경기장, 축제, 스키장 등은 정신과 육체의 휴식을 위한 편안한 공간이다. 작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화면에 담기 위하여 주로 대형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선으로 설정한 구도 또한 한 장면에 여러 인물들의 행동을 담기 위해서이다. 이렇듯 다양한 인물들간의 관계와 소통이 파노라마적 광경으로 전개된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묘사하는 작가의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작업에서는 여가를 즐기는 다양한 장소의 등장 인물들을 몰개성적으로 익명화하는 한편, 그 풍경들을 회화와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 발전시키는 변화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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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석Lee Jaeseok
    이재석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회의 질서들을 화폭에 담는다. 그는 군 복무 중 예기치 않게 받게 된 수술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었다. 자신의 몸에 나사가 박히는 경험은 스스로의 신체를 새삼 낯설게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는 군대에서 사용했던 총기와 신체의 구조, 사회를 모두 하나의 맥락 속에 연결하여 회화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마치 몸 속 장기처럼 보이는 빨간색 부품들은 각각의 역할에 따라 작동하지만, 자칫 그 중 하나라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으면 다른 부분들도 리듬을 잃게 된다. 작은 부품들의 구조적 완결이 총의 기능을 강화하고 여러 장기의 정상적인 작동이 건강한 신체를 강화하듯이, 현실의 자유로움 속 불가피한 정렬이 이른바 숭고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고전적 회화의 견고함이 엿보이는 기법은 깊이 있는 색감을 획득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한 화면에 등장하는 파편화된 이미지들을 동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의 회화 속에서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미지들의 병치로 구성된 현실의 풍경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연결되어 있는 우리 세계의 일면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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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호JaeHo Lee
    기괴한 생물체들이 등장하는 이재호의 는 작가 자신이 겪은 여러 복잡한 감정의 반영이다. 그는 어린 시절 내성적이고 사교성이 부족해서 혼자 노는 것에 익숙했다고 한다. 그런 그와 함께했던 것은 장난감이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만화영화, 그리고 잡지 등의 이미지였다. 성장기에 접한 대중문화는 성장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여 어린 시절의 놀이 소재를 작품에 차용하고 작업을 놀이와 동일시하는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를 보며 성장한 세대인 그는 자신의 그림에 그 키덜트(kidult) 취향을 풍긴다. 이번 전시에서는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의 몬스터들 외에 작가가 전시장 벽면에 직접 그린 특별한 벽화 작품 이 함께 선보인다. 일반적으로 남들과 다른, 무섭고 두려우며 기이해 보이는 대상인 몬스터를 이재호는 결코 혐오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하며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듯 궁금증을 자아낸다. 작가는 남과 다른 결여의 요소들이 사람들과의 '관계' 경험을 통하여 존재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몬스터에 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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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연Jiyen Lee
    ♮Natural전 - 조형적 탐구를 통한 관계적 전이  이지연의 작업은 사진 이미지를 사진 콜라주, 설치, 영상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변용하는 가운데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현대 사회의 구조적 장치들과 매개되어 일상의 끈질기고 잠재적인 현존 속에서 관계적 전이를 획득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녀의 작업은 현대인들의 일상과 매개된 특정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 것에서 출발한다. 장소는 시간이라는 주제와 상호교차하며 필연적으로 매순간마다 변화를 수반하고 공간은 장소의 사회적, 심리적 측면으로서 변화를 지속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은 장소에 이르러 하나로 매개되며 장소는 표면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포괄하게 된다.   작가는 현대인들이 빈번히 왕래하는 장소들을 직접 관찰하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관찰자로서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가장 집약적이고 밀도하게 포착할 수 있는 지점 혹은 장치를 선택하며 장소성을 극대화시킨다. 사실상 장소는 그 속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정의됨으로 인해 장소의 재현은 도시 환경과 도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드러내는 가운데 특정 장소에서 발견되는 행동 패턴을 각인시키는 방식이며 사회적 구조에 근거한 개념적인 함축을 가지게 된다. 작가는 현대인들이 도시에서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는 동안 이동을 위해 이용하는 계단이나 다리, 엘리베이터 등과 같은 장치들에 의해 매개되는 움직임과 흐름을 사진으로 포착한다. 이후 모든 형태는 잠재적으로 동일한 단위들로 구성되고 반복적으로 이어져서 콜라주되는데 상당한 양의 사진 이미지들이 유사와 중복의 원리에 기초하여 축적되고 작가는 작품에 대한 더욱 체계적이고 의식적인 통제를 하기에 적합한 사각형, 원과 같은 기본적이고 단순한 기하학적 요소를 이용하여, 현실적 토대를 충실히 보여주는 사진의 파편들의 크기, 비율 등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며 다양한 변용을 거치게 한다.   아날로그 사진은 태생적으로 지표적인(indexical)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사진을 조형적인 매체로 활용하는 다수의 현대 작가들은 새로운 형상을 창조하고자 하는 욕구를 통해 도상성(iconicity)을 성취하려는 열망을 표출하고 있다. 그녀가 사진을 찍는 것은 하나의 표본을 추출하기 위한 행위이고 이러한 표본들을 어떻게 결합하여 배열하고 가공할지는 오로지 작가 자신의 변형 의지에 달려 있다. 또한 그녀의 작업에서 사진의 반복적인 결합에 의해 생성되는 조형적인 결과물로서의 작품은 작가의 관찰과 변형의지에 의해 나온 다양한 형태적 발상이 종합되어 각기 다른 차원의 이미지로의 변환을 거쳐 완성된다. 서로 다른 시간의 축적으로서의 이미지들을 이어 붙여 독특한 형태로 가시화하는 과정은 새로운 공간을 구축해내는 조형행위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지연의 작업은 조각적(the sculptural)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작업은 시간의 축적이 만들어낸 공간의 조각적인 배열로서 시간의 공간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들뢰즈(Gilles Deleuze)의 크리스탈 이미지(crytstal image)로서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진의 재현이 단일한 공간을 묘사하지만 사진 이미지의 콜라주나 몽타주 형태의 축적은 한편으로는 반복으로부터 파생되는 패턴과 리듬 속에서 개별 이미지에서의 대상성은 해체되거나 모호해진 채로 새로운 구축적 형상만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시각적 전략이 된다. 이지연의 작업에서 이러한 형상의 변이 과정은 관람자의 지각에 영향을 미치며 개념적 과정에 의한 직관적인 인식을 강화시킨다. 작품나 에서는 비교적 각 개인의 모습을 구분해낼 수 있는 정도의 사실적인 세부가 드러난다. 반면은 이미지의 과도한 축적에서 비롯된, 극도로 미세한 단위들로 구성되어 식별이 힘든 개별 이미지가 전체로서의 형상인 스테인드글라스로 통합되어 나타난다. 이 작품은 건물 외부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와 그 내부의 인물들을 마치 캡슐에 들어있는 표본처럼 촬영된 후, 수천 개의 유사한 이미지를 이어 붙여 만든 사진 콜라주 작업인를 재가공하여 LED패널과 스테인드글라스 형태로 제작한 것으로 다소 침울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방출하며 미묘한 느낌을 주는 가운데 형태와 색에 대한 작가의 적극적인 변형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서양 예술의 맥락에서 예술적 행위란 기존의 예술적 재료의 조직 방법론일 수 있다. 그런데 예술적 행위가 그러하듯 서양 예술의 재료들도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며 재료는 끊임없이 확립, 확장된다. 작가는 완성된 하나의 작품에 사진적 파편들을 추가적으로 결합하거나 하나의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의 변환을 통해 현대 미술의 특징적 양상으로 논의되고 있는 예술적인 개념적 사고의 외연적 확장으로 이어지고 작품의 생성적(generative)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지연의 작품 , 에서는 구체적으로 음향 스펙트럼을 형상화거나 에서처럼 음악적 구조의 차용을 확인할 수 있는 모티브가 발견된다. 바흐(Bach)의 음악이 반복으로 인지되는 것에는 음악의 벽두에 제시된 주제 혹은 선율이 다양하게 변화되지만 궁극적으로 제시된 원래의 주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점, 즉 변화 속의 정체성 유지로 인한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인 바흐의 영향을 체화하듯이, 자신의 작업에서 현대인을 특정 장소를 매개로 한 표상체로 만들어 이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패턴화하고 있다.   관객들은 그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기존의 사진적 통념들을 망각함과 동시에 고정된 위치를 고수하기보다는 개별 사진이미지의 단위 요소의 재현과 결합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공간적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작품의 부분과 전체로의 재빠른 시각적, 운동적 치환 행위를 거치는 형이상학적 설정에 관여한다. 마이클 프리드(Michael Fried)가 관객의 작품에의 참여를 독려하며 “여기, 그리고 지금”의 직접 경험에 맞닥뜨리도록 했듯이, 이 작업은 관객 스스로의 자각을 요구하는 일종의 각성(awakening) 기제로 작용하며 작품의 물리적인 표면에서 점차 작품과 그 주위를, 작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환기시킨다.  작품 는 마치 식물 줄기 내부를 보여주는 듯한 영상 작업으로, 화면 간섭 효과 및 리듬효과가 강한 싱커페이션(syncopation) 방식에 기반하여 조합과 파생에 따라서 색채와 형태가 유동적으로 연동되어 교차되는 망들을 보여준다. 패턴으로만 제시되던 형태들이 일순간 파편화된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분해, 용해되어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과정은 보이는 것과 우리의 시각적 한계로 인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 작품은 창조적 변형의 새로운 잠재력과 특수한 요소들, 즉 순간성, 자발성, 동시성의 개념들을 가시화하며 현대 사회의 디아스포라(diaspora)적인 측면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특정 장소에서의 기록된 사진 이미지를 총체적인 차원에서의 구조적 변형의 첫 단계로 활용하여 콜라주에 의한 반복과 조각적 구축 행위를 통해 연속적인 관찰을 넘어서는 개념적 영역으로 다가가게 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관람자와 작품, 시각과 청각 등의 요소들 간의 긴장 관계 속에서 바르트(Barthes)가 말한 ‘현상학적 공명’에 다가가며 조형적 탐구를 기반으로 현대인의 삶을 매개하는 다양한 지각과 소통의 구조에 대한 환기를 통해 상호주체적인 맥락에서 나와 타자와의 관계성을 사유하게 한다.  손영실(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예술매체 이론 박사)     A Relational Transition through Formative Studies Lee Jiyen’s artwork shows, in various methods of expression like photo collage, installation and video, how persons’ lives in modern society attain a relational transitionin everyday’s tenacious and latent existence, in relation with the society’s structural mechanisms. It starts with photographing specific places closely related with people’s everyday lives. Places, interacting across with time, are quite necessarily in a continuous flux, and the space is also in a continuous change, social and psychological.Time and space interrelate each other at a place and the place takes a metaphorical and symbolic meaning beyond a superficial one.Lee maximizes characteristics of places by choosing spots or devices where she can most intensively capture the scenes spread before her eyes as an observer whopersonally watches and photographically records the places that people frequent. As a place can be defined practically by the people who are in there, a reproduction ofa place is a way that clearly impresses on us the behavioral patterns that can be found specific places and gives us conceptual implications based on the social structure,while showing us how the city and its environment are working. The artist captures in pictures the motion and flow associated with mechanisms like elevators, staircases,or bridges which are frequently used for transportation by people while they make their daily living, whereon all forms are organized in similar units, repeated, thencollaged. A considerable number of images get accumulated based on the principle of similarity and repetition by which the artist manipulate them by the use of simpleand basic geometric elements like squares and triangles which seem to be helpful for systematic and conscious control over the work and through adjusting sizes andproportions of fragments of images that faithfully show us the realistic grounds.Analog photography inherently has an indexical characteristic to it, but a number of contemporary artists who make use of photography as a formative art medium wantto achieve its iconicity expressed through the desire to create new forms. Her photographing is an act of sampling specimens and how to combine, arrange and processthem is solely dependent upon her will to transform. The artworks as formative results generated by repeated combinations of images get gradually completed throughvarious transformations of images at different levels, after a variety of formative ideas derived from her observations and will to transform having integrated. The processwhere in a unique form she combines and visualizes the images as accumulations of different times is a formative act. In the light of this point, Lee’s work is the sculptural.Also the works imply the attribute of Gilles Deleuze’s crystal image in that her work is a spatial expression of time as it is the sculptural arrangement of space createdby the accumulation of time.A photographic reproduction generally depicts a single space but accumulations in the form of collage or montage become a visual strategy that helps impress only astrong constructive form while at the same time in the pattern and rhythm derived from repetitions the objectivity in individual images gets decomposed or rather blurred.This transformational process has influence on the viewer’s perception, reinforcing intuitive recognition with conceptual process. In (Untitled - Green) or (Walking on Air2 , 2years later), we can readily recognize realistic details where individual figures are quite discernible. But in (Above the timberline- pray1, 2, 3), the individual imagesget indiscernible through excessive accumulation, rendered into extremely minute elements and finally appear in an integrated image of stained glass. (Above the timberline)is a reprocessed version of in the form of a stained glass within an LED panel, which reflects her will to transform regarding color and form, and it discharges arather gloomy and grotesque feeling. The original work was made by photographing elevators on the exterior of a building and the people inside them that look just likespecimens in a capsule and then by combining thousands of similar images. In the context of Western art, the act of art may be seen as an organizing methodology ofexisting art materials. As with the act of art, so are the materials of the Western art impermanent, thus continuously re-established and expanded. By adding photographicfragments to a completed work or transforming a form of medium into another, the artist tries to expand her artistic conceptual thinking denotatively, showing a generativecharacter. Her (Untitled-Blue) and (Untitled-Gravity) graphically visualize sonic spectral forms and in her (Green-Breathing) are found motifs derived from musical structure. It is dueto the maintenance of identity in change, that is maintaining the identity of a presented original theme while manipulating it or the melody as variations, that Bach’smusic is repeated. As she embodies the influence of Bach who is her most favored composer, so does she depict in pattern the people in modern society by makingthem a representamen mediated in specific places and then repeating it.The viewers often forget the existing photographic conventions while viewing her works and get involved in a metaphysical setting where they undergo a series of quickvisual and kinetic replacements between parts and the whole in order to grasp the spatial relations shown through the reproduction and combination of image elements,rather than adhering to a fixed position. As Michael Fried encouraged viewer’s involvement in the artwork by having them face an immediate experience of “Here, andNow”, Lee’s work acts as a sort of awakening mechanism that requires their own realization and makes them move from the physical surface of the work, gradually toits environment and to the world surrounding the artist.(Green-Breathing) is a video art that looks like the interior of plant stems. It shows dynamically crossing networks of color and form that keep composing and decomposingbased on a rhythmic syncopation technique with a strong image interference effect. The way once a mere pattern abruptly transforms into fragmented images ofan individual, gets decomposed and dissolved into the same pattern of repetition is a metaphor of the seen and the unseen due to human’s visual limitations. Also thiswork reminds us of an aspect of diaspora in modern society as it visualizes the new potential of creative transformation and the unique elements like the concepts ofinstantaneity, spontaneity and simultaneity.With the repeated collages and the sculptural construction of images recorded in specific places as the source of structural transformation at the overall level, the artisthas us go into a conceptual realm lying beyond our continuous observation. She also makes us approach the ‘phenomenological resonance’ of Barthes within the tensionbetween the elements like the seen and the unseen, the viewer and the work, visual and auditory, and with the study of forms she has us contemplate upon the relationshipbetween self and others through the rousing of various perceptions and communication structures that mediate modern people, getting out of the context of mutualsubject. YoungsilSohn professor in Kyungiluniv, Ph.D. in theory of ar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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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피Fi Lee
    이피는 평면과 설치,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스트롤(Astroll®)의 핫스탬핑포일 금박과 평면 모니터제작에 쓰이는 광확산 필름에버레이(EverRay®)를재료로 설치와 평면 작업을 시도한다.이 소재들의 반사적 속성에서 유발되는 거울상에 주목한 작가는 타자의 인식으로부터 끊임없이 반응하는 자아를 들여다 보며 내면의 자화상을 형상화 한다. ‘나’ 그리고 ‘나 아닌 것’ 사이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관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그 파편들을 어지럽게 노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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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연Hyoyeon Lee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유럽으로 건너가 스웨덴왕립미술학교를 졸업한 이효연은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풍경으로 담아오고 있다. 작가가 사진으로 포착해둔 풍경을 토대로 생략과 왜곡, 다른 풍경과의 혼입으로 구성한 배경은 익숙한 일상 공간이지만 왠지 모를 낯선 감흥을 자아낸다. 하나와 다른 하나의 사이에 놓인 모호한 경계의 상태 혹은 상황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여기도 거기도 아닌 제3의 중간계를 그저 불분명하게 드러낸다. 도시의 일상 공간을 배경으로 몰개성의 인물이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사실적인 논픽션(realistic nonfiction)이라는 이야기 장르의 회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의 이야기에는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이 없을 뿐. 아니 어떤 내러티브도 명시되지 않는다. 홀로 혹은 다수로 등장하는 인물은 특정한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타인에 대해 무심하기 이를 데 없다. 이들은 외부에 대해서라면 격정 따윈 있을 수 없다는 듯 일말의 불필요한 관계 맺기를 거부함으로써 이방인으로 자처하지만, 결코 이방인일 수 없다. 방관과 관음, 익명성과 소외라는 현대인의 건조한 방어 기제 이면에 수반된 어쩔 수 없는 고독, 그 모순된 심리는 그의 작품 전반에 회색조의 낮은 음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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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희재Lim Heejae
    임희재는 시각적 대상과 이를 바라보는 응시자 사이에 존재하는 물리적 틀에 주목한다. 특히 박제 동물이나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동물 영상처럼 살아있는 생명체의 대상화에 집중한다. 자연사박물관의 박제품은 생명체에 대한 사실적인 경험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지만 유리 상자에 갇힌 동물 사체의 환영에 불과하다. 진열대를 가로막은 투명한 유리 벽은 살생과 폭력, 비명, 죽음 같은 불편한 사실들이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차단한다. 그는 박제된 이미지를 회화로 옮겨와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박제’함으로써 그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더듬는다. 동물들의 생명력 넘치는 순간을 포착한 다큐멘터리도 그에겐 다를 바 없다. TV라는 현대적 기계 매체 속 패널로 둔갑한 유리벽 너머 가공된 영상에서 박제와 동일한 기제를 발견한 작가는 이를 의도적으로 파편화하여 다큐멘터리의 문맥으로부터 도주를 시도한다. 캔버스 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그의 붓질은 이들 유리벽의 안팎을 넘나들며 불완전하게 흩어진 환영을 연결시켜 온전한 하나에 이르기를 소망한다. 짧게 스쳐 지나가는 듯 강렬한 그의 화법은 경계를 무력화시켜 유리에 갇혀 대상화된 이미지를 해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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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인Sane Jung
    대구비주얼 리터러시-텍스트의 배반展2014.04.02~2014.05.09정세인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과 표현할 수 없는 것, 혹은 말하기 불가능한 것 간의 모호하고도 질긴 관계에 대해 오래 전부터 질문을 던져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은 작가가 일상 속에서 한 잔의 우유를 마시며 느꼈던 깨달음을 개념적으로 표현한다. 이 작품은 캔버스와 수십 개의 합판에 "검은 소가 녹색 꼴을 먹고 하얀 우유를 만들어 내고 있다(BLACK COWS FEED ON GREEN FODDER AND ARE MAKING WHITE MILK)"는 텍스트가 반복적으로 전사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텍스트는 한 잔의 우유가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제대로 알거나 확인하지 않으면서도 식음 가능하다고 손쉽게 믿는 대중의 경솔한 맹신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한다.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방출되는 잉여 정보의 범람 속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한 채 대중매체를 종교처럼 맹신하는 현대인의 무기력한 모습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광주New Paper展2013.05.02~2013.06.25정세인에게 예술은 탐험이지 실험이며 변형이다. 창조의 영역을 폭넓게 규정하는 작가는 레디메이드(ready-made)의 전략적 차용을 작업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예술의 개념과 경계를 마음껏 넘나든다. 평면 작업에서 설치, 영상에 이르는 그의 다양한 미디어 편력은 마치 언어를 배우고 구사하는 것과 다름없는 소통의 한 방식인 셈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그의 작품 는 현대 사회에서 집단을 착각하게 만드는 대표적 매체인 신문을 소재로 삼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인간의 욕구와 권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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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미Yumi Chung
    정유미는 '막(screen)'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해석하며 공간의 안팎과 그 경계에 대한 개념을 시각화한다. 공간을 분할하는 파티션 형상의 작품 은 공간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채 빛이 통과할 수 있는 모호한 구조를 띄는데, 이동을 암시하는 바퀴가 명확한 공간 구획을 끊임없이 유보시킨다. 분리와 연결의 이중적 속성을 가진 반지하나 반투명에 주목한 작품들에서도 역시 그 모호함의 틈새는 열려있다. 다양한 곳에서 경험한 공간에 상상력이 결합된 그의 작품은 이른바 '경계'를 어떤 형태로든 확장될 수 있는 가능태로 남겨 놓는다. 이러한 경계에 대한 관심은 주체를 둘러싼 외부세계와 지속적인 관계 맺기를 통해 외연을 넓히는 기제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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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주원Jeong JuWon
    정주원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 많은 이미지들 가운데 시선을 끄는 것들을 취사 선택하여 한 화면 위에 재구성한다. 작가는 이처럼 도처에 범람하는 이미지들을 우리가 인식하고 기억하는 메커니즘에 작품의 구성 방식을 연결 지어 회화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광목에 백토를 바른 후 한국화 안료로 빛 바랜 느낌을 자아내는 그의 기법은 시각 과잉의 시대에 현대인들이 이미지를 수용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잠시나마 유의미하게 수용되는 이 이미지들은 이내 잊혀지거나 쉽게 퇴색되고 마는 것이다. 작가는 서로 다른 맥락에서 떨어져 나온 분절된 이미지들의 억지스러운 조화를 유도하기보다는 이미지들 간의 파열에서 비롯되는 이야기 본연에 관심을 둔다. 화면 곳곳에서 자의적인 서사를 생산하는 이미지들은 우연 또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의식을 반영하는데, 주로 젊은 예술가로서 느끼는 좌절감과 두려움을 토로하거나 때로는 독백적 문구를 가미하여 개인의 내적 갈등을 냉소적 태도로 드러낸다. 탈맥락과 재맥락을 거듭하는 이미지의 가공 방식은 비단 작가 자신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이미지를 소비하는 우리 세대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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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하눅Hanuk Jung
    정하눅은 상호 이질적인 존재들을 작위적으로 상충시킴으로써 공존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는 회화를 선보여왔다. 독일 유학 중 다른 문화권 사이에서 느낀 갈등과 괴리감으로부터 출발한 그의 회화는 우연적이고 동적인 마티에르 위로 정적인 이미지들을 배치하여 분절된 이미지들을 중첩시켜 긴장감 있는 구도를 형성한다. 직접 인터뷰한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나 해외 출생의 한국인 2세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작가가 어른의 시점으로 재편집하는 일종의 협업이 작품 과정에 개입된다. 먹과 유화 등 매체뿐 아니라 서로 다른 시점과 세계관이 어우러지는 이 혼성의 풍경은 많은 부분에서 다름과 경계의 의미가 허물어지고 있는 오늘날 지향해야 할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며, 의미의 피상적 정박에서 벗어나 공존을 통해 발생하는 변화를 포용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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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여란YeoRan Je
    제여란 회화의 특성_정신의 불가지성(不可知性)에 대한 탐구                                                                                                                        미술평론가_황두   제여란의 추상회화를 마주하며 관람객이 느끼는 첫인상은 작품이 뿜어내는 격렬한 감정과 언어의 특징적인 운율이다. 이는 색채와 선, 움직임 그리고 공간 전체에서 형식과 의미를 나타내는데, 형식은 형식으로서 색채는 색채로서 그 의의를 갖는다.   사실 추상회화는 본질적으로 반(反)형상학적이고 반(反)회화적인 서사성을 지니지만, 그 이상으로 자유나 주관, 감정이 중시되는 편이다. 서양에서 시작한 추상(abstract)이라는 단어의 어근은 14세기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abstract 의 어원은 중세 라틴어abstractus의 과거분사형인 abstrahere에서 파생했는데, “끌다” 혹은 “당겨서 열다”는 뜻을 가진다. 이 단어에는 접두사 abs의 “벗어나다”라는 의미와 trahere의 “당기다” 혹은 “끌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근본적으로 “추상”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영역의 의미를 함축한다. “구체적인 사실과는 무관한 것”, “쉬이 파악되지 않으며 의미가 불명확한 것”, “한가지 속성을 지닌 구체적인 물체와 무관한 것”, 나아가 “추상의 시각은 주제의 근본 의미를 해결하는 것”이며 “개인적일 수 없고 중립적인 의의를 지니는 것”, 마지막으로 “형식 그 자체를 제외하고는 주제나 시사하는 내용이 근본적으로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개념에서 보자면 추상예술의 특징은 이른바 정영(精英)문화1)를 대표할 만하다. 추상예술을 이해하려면 여러 기호의 구성과 형식 언어의 암호를 해독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실이 개입된 시각이나 언어화된 환경은 참고에서 제외된다. 추상예술에는 이미 개인적 코드의 특징이 충분히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모든 것이 점, 선, 면에서 출발하여 다시 점, 선, 면으로 되돌아와 자기 자신의 형식 언어를 나타낸다. 사실 추상예술은 개인화된 유토피아에 대한 의지로 응결된다. 추상예술은 사회적 이상을 이성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 감성적, 체험적, 심리적 정신의 반응을 나타낸다.   오늘날, 추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냉소적이건 열정적이건 관계없이 추상미술에서 색채를 활용하는 정도나 색채의 강약 및 형식 관계는 모두 화가의 예지력에 따라 반영된다. 제여란은 중국에도 소개된 바 있는 한국의 현대 작가이다. 그녀는  (인간으로서) 감각 기관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생동감 있는 서술 방식으로 색채를 이해한다. 다시 말해 색채는 화가 자신의 시각과 감정의 지각이 어우러지는 경험과 정신의 환희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내적 세계와 외적 현실의 사이에서 우연히 만난 감정들이 부딪히고 충돌하며 태어나서 성장하는 색채는 우리에게 한층 광활한 자유와 상상의 공간을 열어준다. 형식 언어적 측면에서 색채는 화가의 감정과 우연 그리고 통찰과 경험이 한데 뒤엉켜 자연으로, 무구함으로, 때로는 순수한 동적 형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즉 화가의 순간적 깨달음과 솟아오르는 영감에 따라 강약을 달리하는 색채는 감성적이며 직감적이다. 그렇다고 이성의 통제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통제 원칙은 화가에게 누적된 심미적 경험에 달려 있다. 제여란의 회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가 캔버스 위에서 지휘해놓은 물감 덩어리에는 매우 자연스럽고 생동감이 넘친다. 힘에 밀리지 않고 흐르는 듯한 물감 덩어리와 어우러진 날카로운 스크레이퍼의 흔적은 켜켜이 겹치면서 운율적 효과를 자아낸다. 고전적인 사실주의 회화에서 나타나는 빛과 그림자에 대한 투시도적 표현과 달리, 추상회화에서 빛과 어둠의 표현 규칙은 풍부하고 명확한 색채의 물질성과 색채 자체에서 생산되는 빛과 어둠의 효과에 기인한다. 바로 색채가 빛과 어둠 그 자체인 셈이다. 이는 작가 제여란의 색채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보여준다. 검정과 짙은 회색의 안배로 빛과 어둠을 표현하고, 약간의 흰색을 추가해 더 높은 빛의 느낌과 공간감을 창출하는 식이다. 캔버스 가득 매끄럽게 스며드는 이 같은 수법은 공중에 떠있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무한한 공간감을 화면 위에서 한층 부각시킨다. 이로써 개인적 정서에 녹아 든 제여란 자신이 물질성의 색채 바로 그 중심에 존재하게 된다. 롤랑 바르트는 “사물의 본질은 사물의 중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부유함(가벼움)에 있다” 고 했다.2) 말하자면 재료의 본질은 텍스트 특유의 성질을 나타내지만, 작가 제여란에게 색채라는 재료의 본질은 곧 인간의 정신과 관계한다.   제여란의 추상회화는 이 같은 정신적 의미 이상으로 회화적 차원의 특징적인 제어력을 보여준다. 미끄러지듯 유동하는 유화 물감 덩어리들이 캔버스 위에서 흐르고 밀리고 쌓이고 깎인다. 짙고 옅은 황색이 서로 강한 대비를 이루는 한편 검정과 파랑, 흰색은 서로 호응한다. 그녀의 흰색은 검정이나 회색 빛의 느낌과 공간감을 한껏 높인다. 이 물질(유채)은 화가의 주관적 처리를 통해 격렬하게 발생하는 어떤 정신과 살아 숨쉬듯 용솟음치는 구름이나 세차게 흐르는 거대한 파도와 같은 색채로 다가온다. 이는 화가의 주관적 상상에서 발휘된 대비와 우연, 뒤얽힘과 투쟁 속에서 하나의 절묘한 형식으로 생성된다. 그녀는 물질의 자유로운 성질, 즉 스스로 흐르고 밀려 쌓이며 긁히는 과정에서 형성된 장력을 한껏 드러낸다. 요컨대 이 물질의 자유로운 성질이 추상회화에서 텍스트를 끊임없이 발생시키고, 물감 덩어리는 색과 경계, 그 두텁고도 얇으며 움직이면서도 조용한 사이에서 의미를 조합해나간다. 이에 따라 회화의 텍스트적 특징이 생산되고, 작품은 언어 그 자체로부터 결정되어 형성되며, 사실상 언어는 또 하나의 사상/정신으로서 물질의 외부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된다. 이는 하나의 회화 코드가 사물의 이치이자 물질의 존재임과 동시에 정신 혹은 심리적 의미를 지향한다는 두 가지 범위를 포용한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사상과 관념을 연구하고 해독하여 이해한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언어는 사상의 직접적인 현실이다”3)라고 했다.바꾸어 말하면 사상은 자기 존재의 가능성이 언어 가운데 실현된 것이다. 이는 마르크스가 언어를 “사상 그 자체의 요소, 즉 사상의 생명이 표현된 요소”4)라고 일컫는 이유이다. 그래서 어떠한 예술 형식(추상예술 포함)에도 언어는 존재하며, “관념은 언어로부터 벗어나 존재할 수 없다”5). 이로 인해 제여란의 추상 언어는 어떤 종류의 의미를 지니게 되고, 개인이 문화에 대해 가지는 관계 중 하나인 사상이나 관념의 존재 방식을 반영한다. 아마도 작가는 유화 재료의 물성에 도달하고자 복잡한 관계 속에서 흘러내리는 물감 덩어리들의 동태를 강화하고 물질 본연의 형체와 모습을 드러내어 그 질감을 표현하려는 듯하다. 그녀의 그림은 관람객들의 눈에 “마음 가는 대로 대충 칠한 것”처럼 비추어질지 모르지만, 그녀는 재질의 중량감과 힘의 강도, 움직이는 느낌을 가지고 “무질서화”된 분포의 방식을 캔버스에 상세히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생명 의식을 강조할 뿐 아니라 재료 본연의 특유한 성질을 나타내는 것과도 연결된다. 바로 이것이 물감 덩어리이다. 제여란의 물감 덩어리는 ‘도구적 기능’과 동시에 ‘형식적 의미’의 구체화에 사용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작가는 재료를 사용하는 과정에 “비(非)회화”적 요소를 융합한다. 흐르고 내리누르며 긁어내고 베는 방법은 미학적으로 서예의 “형상”이나 “기세”로 번역되어 추상화로 이어지며, 재료 본연의 설명과 형식은 그 자신으로 되돌아와 추상의 근본으로 회귀하고 있는 셈이다.   서예에서 말하는 “기세”의 미학적 핵심을 탁월하게 포착한 제여란의 추상회화에서 “기세”는 힘에 기대어 움직이게 되는 리듬과 운치의 형성으로 풀이된다. 그녀는 다차원적 감성에 정교하고 치밀한 해결 방법을 더하여 민첩한 감정으로 색의 경계와 공간을 구체화하며, 색의 경계와 물감 덩어리로 운율과 구도, 구조와 형태를 구성한다. 미학적 깨달음과 표현에 도달하기 위한 “기세”는 화가가 전체와 부분, 강함과 약함, 움직임과 고요함,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리듬과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에 드러난다. 그녀는 구조 전체의 중심에서 “기세”를 녹여 형체미로 길러내고, 색채의 압력과 흐름 그리고 물감 덩어리와 색의 경계 사이에서 이를 더욱 부각시켜 나타낸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자면 그녀는 “기세”를 통해 형체미의 경계를 강화하며, 이를 “화합”으로 다스려 전체 화면의 구성 속에 녹아 들게 하고, 화면의 기세와 몸 전체가 화합하는 형상을 구현한다. 이는 동(動)과 정(靜)의 화합, 다시 말해 움직임 속의 고요함과 고요함 속의 움직임이라는 정중동(靜中動)의 변증법적인 관계를 나타낸다. 그녀의 그림은 자연의 일부를 확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마치 화면 속에서 인체가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때로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감 덩어리와 색의 경계가 구성의 질서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바로 이 점이 그녀가 이룬 자신의 독특한 회화 언어에서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소재이다.   비록 제여란의 회화가 자연의 흐름과 더불어 인간이 누르고 밀어 가공한 특징을 표현했더라도, 이는 이성이 지배하는 감정의 행동에 의한 것이지 결코 개인이 만드는 예지성과 우연성의 효과로만 볼 수 없다. 또한 그녀가 주도하는 색채의 운동은 그리는 행위라는 신체의 행동 과정을 명시한다. 이는 집합과 분산이 수시로 변화하는 경계를 드러낼 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의 상태를 은유한다. 또한 제여란은 작업을 하면서 우연적 시성(诗性)과 같은 명상을 추구하고, 시성을 통해 자아 각성의 부정적 요소를 걸러내는 승화 과정을 거친다. 이는 회화적 자아의 좁은 길로 향한다. 그녀의 시적인 시각 언어의 규칙은 인간이 참선을 통해 불도를 터득하려는 일종의 의식처럼 망상을 깨고 교리의 참뜻을 깨달아 실현하는 데에 있으며, 이 같은 추상회화에 존재하는 주체와 객체는 주관과 우연 사이에서 서로 융합되어 자연의 순수한 미학적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풍요로운 시적 언어를 추구하는 제여란의 추상회화는 자기 반성의 정화를 위해 화가의 자아가 참선을 통해 현존하는 질서의 기준을 “초월”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시성의 시각적 발현은 비이성적인 요소로 드러나기도 하고 어떠한 대상화로도 나타나는데, 기성화에 대한 사유를 배척함으로써 이른바 당대 회화의 보계(譜系)6)가운데 자아 성찰이라는 계보를 따른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제여란은 회화의 시적 언어를 한층 고양하고 경험과 생명의 승화로 대조시킴으로써 회화 행위와 시각적 이미지의 재구성을 향해 나아간다. 무엇보다 그녀는 불도를 터득하려는 의식의 명상과 교리의 참뜻을 통해 회화의 자유로운 경계로 향하고 있다. 제여란의 회화는 시적 언어의 경계로 가득 차 있으며, 인간이 생존하는 가운데 추구하는 자유로운 열망과 깨달음, 체험적 존재로 돌아가려는 시적 태도를 보여준다. 실질적으로 시적 언어는 주체와 대상의 일치를 뜻하며 사상과 경계의 화합을 지칭한다. 이로 미루어볼 때 제여란의 추상회화는 불가지적(不可知的) 시적 언어를 내포한다. 비록 화면 속에는 물질의 중량감이 만연하지만, 넌지시 드러나는 그것들은(유화 재료) 유연한 구성과 변화의 기복을 따르면서 운율과 리듬, 강약, 그리고 대비와 관계를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작품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을 제공한다. 불가지적 성격이야말로 제여란 추상회화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회화의 전체성을 중시하되 회화의 중복성을 배척하는 제여란은 우발성과 불확정성의 만남을 유도하여 투쟁과 공존 사이에서 색채의 기호로 사용한다. 끝으로 제여란은 캔버스 위에서 색채와 형상, 흐름, 누르고 밀어내는 행위, 질감 등을 이용해 독립적이고 개방적인 기호 - 과도한 불안감이나 격정, 그도 아니라면 생동감 넘치는 의식을 내포하거나 외롭고 쓸쓸함이 감도는 시적 정서의 아름다움- 를 형성한다. 1.  (역주) 중국의 대중 문화나 민간 문화에 대응하는 엘리트 문화로 생산되는 문화 현상을 일컫는다. 복잡한 물질 사회에 적응을 거부하고 인간의 세속적 삶의 요구를 내려놓은 채 깨달음을 갈구하며 사색과 정신성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다.   2.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 La Sagesse de l art , oeuvres complètes, vol. v, Paris, Seuil, 2002, p. 695 ; Roland Barthes, The Wisdom of Art , in http://wwwl. uol.com.br/bienal/23bienal/especial/ ietw.htm.   3. 마르크스 엥겔스(马克思恩格斯)《마르크스 엥겔스 전집 (马克思恩格斯全集) 제3권,인민출판사(人民出版社),1960년 출판,525페이지。   4. 마르크스 엥겔스(马克思恩格斯)《마르크스 엥겔스 전집 (马克思恩格斯全集)》제42권, 인민출판사(人民出版社),1979년 출판,129페이지。   5. 마르크스 엥겔스(马克思恩格斯)《마르크스 엥겔스 전집 (马克思恩格斯全集)》제46권, 인민출판사(人民出版社),1979년 출판, 109페이지。   6. (역주)보계: 중국에서 역사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계통이나 동일한 사물들의 역대 체계를 서술한 문서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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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희킴kim JiHee
    지희킴은 이번 전시에서 책을 오브제 삼아 세 가지 연작을 선보인다. 연작은 기부 받은 책의 펼친 페이지 위에 드로잉한 작업이다. 책에 수록된 단어나 문장에서 출발한 그의 드로잉은 작가 자신이 경험해온 사건이나 단상들로 이어진 일종의 기억의 인쇄물과 같다. 다른 연작 에서 작가는 기부 받은 책 속에서 익명의 편지나 오래된 도서 열람증, 누군가 적어놓은 메모 등 사적인 텍스트와 조우한다. 작가가 영감을 얻은 마른 꽃은 낡은 책 속에서 다시 피어나며 시각과 후각을 동반한 강력한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한편 팝업 북 형태의 드로잉 설치작업인 은 아름다움에 대한 정형화된 정답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다. 이성의 권위를 상징하는 학술 영문 서적 위에 껍질뿐인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백인 모델의 이미지들을 대치시킴으로써 미(美)와 지(知)의 이분법의 충돌과 갈등 구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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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현미Hyunmi Jin
    진현미는 산수화의 원근(遠近)을 다층의 겹으로 해체하여 다시 3차원의 전시 공간 속에 배열하는 작업을 통해 전통 한국화의 화법을 새롭게 해석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 모니터 제작에 사용되는 광확산 필름인 에버레이(EverRay®)의 불투명한 재료적 속성을 수묵의 농담과 공기 원근법에 적용시켜 평면과 입체의 차원을 넘나드는 현대적인 산수화를 선보인다. 시공간을 아우르는 그의 작품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 속을 거니는 듯한 심미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전통 산수화의 표현 영역을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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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현욱HyeonUk Cha
    차현욱은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작가의 마음을 형상화한 수묵산수화를 선보인다. 는 작가가 직접 산천을 누비며 느낀 감흥과 정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작가는 조각도 대신 붓을 이용하여 종이 위에 섬세한 편필로 획을 그려 나가며 형태를 과감하게 변형시킴으로써 목판화와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화폭에 그려진 첩첩준령과 강은 왜곡되거나 대담하게 분할되어 운율감을 부여하며, 그 앞에 설치된 원형 오브제들은 조형의 힘을 실어 생명력과 공간감을 불어넣는다. 지필묵을 기반으로 하는 그의 실험적인 작품은 한국 전통회화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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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수미Choi Sumi
    무의식의 이상적 공간을 탐색하는 최수미는 현실 세계를 제어하는 의식으로부터 일탈을 가능하게 하는 해방구로서 무의식을 일종의 유토피아로 맥락화한다. 작가는 본래 어디에도 실재하지 않는 공간을 전제하는 유토피아에 대한 대안으로 현실에서 직접 경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관심을 확장했는데, 주로 나무나 물과 같은 자연이 함께 하는 장소가 배경이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경에 이상경을 뒤섞는 일련의 편집 과정을 거쳐, 의식의 테두리에 갇힌 현실과 일상 바깥으로 탈피한 공간으로 화폭을 완성한다. 의식의 표면 아래 잠재되어 있어 자각되지 않을 뿐 자신의 또 다른 표본이기도 한 무의식에 독특한 위상을 부여하여 자기화된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현실과 상상이 혼성된 그의 낙원은 다양한 현실 공간 곳곳에서 저마다의 무의식이 다르게 체득한 신화적 공간을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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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수인SuIn Choi
    최수인은 사회적 존재로 필연되는 인간의 소통과 관계를 주제로 외부 세계의 자극이나 요구에 자아의 내면이 조응하지 못하는 심리적 마찰을 그린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서 비롯된 감정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주관적 형상으로 치환하되 이를 한편의 연극적 공간으로 재편한다. 극도로 왜곡된 형상과 평평한 단면들이 서로 대치를 이루는 구도는 자아와 타자가 빚는 불협화음의 긴장 관계를 상징한다. 작가는 본연의 의지는 감춘 채 거짓으로 무장하며 위선을 대인 관계의 미덕으로 삼는 현대인의 소통 방식과 그로부터 스스로의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해 가동하는 방어 기제 사이의 화해하기 힘든 심리적 갈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회화에서 상정된 연극적 공간에 올려진 감정의 형상들은 일견 자연 풍경이나 현상으로 어렴풋이 연상될 뿐 결국 그 무엇으로 귀결되지 못한 채 화면 속에서 부유한다. ‘무대’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외부의 응시가 전제된 그의 연극적 공간은 외부 세계와의 마찰과 갈등을 호소하는, 내면의 각본 없는 심리극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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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용주YongJoo Ha
    하용주의 작품에는 마스크가 등장한다. 작가에게 마스크는 현실 속 오염 지역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안전 장치인 동시에 사회와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로써의 위장을 암시하는 소재로 기능한다. 하용주는 ‘위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대 사회에서의 변질된 소통의 의미를 되물으며, 그 위장 주체들을 비판적으로 폭로함으로써 소통의 진정한 의미에 다가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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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훈Ha JiHoon
    하지훈의 풍경엔 자신의 연대기가 녹아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었던 부친의 직업적 특수성으로 인해 잦은 이사를 경험하며 한 곳에 정착하지 않는 생활을 했고 대학을 졸업 후엔 유학 차 독일에 거주했다. 그 가운데에도 한결같이 작가와 함께 해온 것은 바다와 인접한 자연 풍경이었고 여기에서 그의 그림이 출발한다. 그의 기억 속에 잡지나 신문, 영화와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자연의 이미지들이 함께 저장되면서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졌다. 작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이 투영된 그의 작품은 기억의 편린이 조합된 모호한 풍경을 띠며 '콜라주 된 풍경'이라 평가 받아 왔다. 최근에는 여러 풍경 중에 특히 섬에 매료되었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섬은 나와 무척 닮았다고 느꼈는데, 안식의 장소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불안함을 내재한 양면적인 장소였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되는 작품에 등장하는 섬들은 실재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으로 작가의 기억 속 시각적 경험에 대한 인공적인 무대 장치에 가깝다. 섬의 내부를 채우고 있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다채로운 붓질은 구체적인 세부 풍경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그와는 무관하게 자유롭다. 화면의 중심부에는 섬 혹은 산을 연상시키는 치솟은 형태가 표현되어 있고 그 내부는 화려하게 타오르는 듯한 강렬한 색상의 물감으로 가득 차 있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붓질과 물감의 흔적은 섬인 듯 섬이 아닌 듯 구상이자 추상인 채 어떤 질료 덩어리로 묘사되는데,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기억과 감정, 시간성과 같은 불안정한 속성의 경계 위에서 일견 추상화로 보이면서도 풍경화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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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성우Han Sungwoo
    한성우는 인적이 사라진 텅 빈 공간이나 가까스로 흔적만 남겨진 장소를 화폭에 담는다. 주체 뒤에 드러나지 않는 공간에 대한 그의 관심은 마치 무대의 뒤편처럼 소외되고 감추어진 대상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서 비롯된다. 이를테면 오랜 세월 동안 마모되고 깨진 타일 바닥이나 낡고 허름한 구석처럼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기 쉽지 않은 주변부에 감정의 촉을 세워 세심하게 표현한다. 작가는 단순한 재현과 모방을 거부하고 시간의 흐름을 압축하듯 빛 바랜 색채와 거친 붓 터치로 기억 속 감정의 실루엣을 층층이 쌓아 올린다. 이 같은 작업 태도는 기억에 남겨지지 못한 채 이내 잠식되고 마는 고유의 감정 또는 그 밖으로 떨어져 나간 잔여물에 대한 추적 행위인 셈이다. 이름 붙여지지 못한 공간 속에서 위와 같은 감정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작가는 소외된 존재 속에서 가려진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 나선다. 그가 거칠고 두텁게 쌓아 올린 물감의 층위는 단지 인과율 없는 우연들의 퇴적이 아니라, 이미 머물렀으되 유실되어버리고만 시간들 낱낱에 부여된 유의미한 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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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Han Jin
    한진은 흔적으로 남은 기억 속 감정을 회화로 묘사하는데, 그가 기억을 상기하는 원천은 시각적 차원보다는 청각적 질감에 더 집중되어 있다. 이는 그가 응시한 대상의 반복적인 움직임이나 흐름에 의해 발생하는 소리를 질료로 삼아 현실을 감각하고 기억을 지속시키기 때문이다. 엷은 물감의 층위를 반복적으로 쌓아 회화의 전면에 깊이감을 드러내는 그의 화면은 다름아닌 소리로 감각한 이미지들의 겹과 결이 누적되는 장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필연적으로 ‘시간’을 수반하는 청각을 부동의 평면 위에 교차시킨 반복적 행위는 끝없이 약동하며 지속하는 소리와 시간의 본질로 환원됨과 더불어 계속되는 움직임마저 품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회화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그의 회화는 우리 주변의 어떤 것과도 관계하는 시간이라는 존재를 시각적으로 수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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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udio 1750 (김영현, 손진희)Studio 1750 (Kim Younghyun, Son Jinhee)
    2014년 결성한 STUDIO 1750은 장소와 재료 그리고 함께하는 이를 제한하지 않는 유목적인 그룹으로 장소와 호흡하고 주변의 재료를 활용하는 거주하는 곳이 아틀리에가 되고 전시장이 된다. 현재 2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때에 따라 여럿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객원예술가, 기획자 등을 초대해 그의 행보에 발맞추기도 한다. 작가는 혼종문화와 오브제의 변성이라는 주제로 작업한다. 현 문화에 대한 그리고 일상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인 기억과 주변의 이야기들 그리고 사건들이 일화로 더해져 유기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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